199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이 등장하자 공룡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어린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고 긴장감이 넘쳐 좋았다고 답변한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소형 육식공룡 두 마리가 주인공 남매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상황이었다. 이 공룡들은 어린 남매가 이리 저리로 도망치고 숨더라도 끝까지 쫓아가는 모습으로 볼 때 지능이 매우 높은 듯했다. 과연 공룡은 그 정도로 영리했을까. 어떤 공룡이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동물의 지능을 추측할 수 있는 한 가지 지표가 ‘대뇌비율 지수(EQ, Encephalization Quotient)’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감성지수(Emotional Quotient)'와는 다른 개념이다. 동물의 뇌가 체중에 대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대체로 영리한 동물일수록 EQ가 높게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트루돈이라는 작은 육식공룡이 공룡 가운데 가장 영리한 것으로 판명됐다. 몸길이가 1.8m 정도였고 뇌는 복숭아씨 정도로 작았지만 신체에 비해 상당히 큰 비율을 차지해 EQ가 5.8이었다. 침팬지(5.6∼5.8), 돌고래(5.3∼5.6), 고양이(2.09)보다 높은 수치다. 물론 사람(7.0)보다는 훨씬 낮지만.
반면 등에 부채꼴 모양의 골판이 달린 스테고사우루스는 길이 7m, 높이 3∼4m, 체중 3t에 달하는 초식공룡으로 20인승 마을버스만한 몸집을 소유했지만 겨우 탁구공 크기의 뇌를 소유하고 있었다. EQ는 1.0 이하. 덕분에 스테고사우루스는 만화와 영화에서 항상 멍청하고 어리석은 공룡의 대표주자로 등장하고 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 등장했던 두 마리 육식공룡은 어떨까. 이들의 정체는 벨로시랩터로 EQ가 5.0 정도이며 트루돈 다음으로 똑똑하다. 영화의 장면이 아주 엉터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과학기술 앰배서더(홍보대사)는 동아일보 한국과학문화재단 동아사이언스 주최로 2002년부터 선정됐으며 초중고교나 교육기관을 방문해 과학 강연을 펼치고 있다. 현재 앰배서더의 수는 1000명을 넘어섰다.
임종덕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BK21연구교수 dinosludy@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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