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태양에서 지구에 도달한 에너지가 우주로 잘 배출되지 못하게 만든다. 그 결과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북반구 중위도의 평균 기온은 0.5도 정도 올랐다.
○ 美-유럽 혹한 기간 줄지만 한국은 변화없어
그렇다면 북반구에 위치한 한국에서 추운 날은 줄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또 수십년 후에는 서울의 기후가 제주도 정도의 아열대성으로 바뀌지 않겠냐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최소한 예외적으로 추운 날씨인 ‘혹한’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과 허창회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겨울에 혹한이 닥치는 날짜 수가 줄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혹한이 지난 50여년간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한국과 중국에서 1954년부터 2001년까지 11월∼3월의 각 날짜별로 기온을 조사했다. 예를 들어 3월 18일자의 과거 온도 48개를 통계처리해 최저 5%에 해당하는 연도를 찾아낸다. 이 5%에 해당하는 추운 날씨를 혹한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각 연도별로 혹한이 며칠간 일어났는지 계산했다. 조사 결과 매년 혹한의 날짜 수는 4일 정도로 거의 동일했다. 심지어 중국 북부 지역에서는 하루가 늘어났다. 이 연구논문은 지난해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클리마톨러지(International Journal of Climatology)’ 2월호에 게재됐다.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혹한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 교수는 “특수한 지역적 위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북극온도 올라가면 한국은 되레 추워
최근 기상연구에 따르면 동아시아는 북극 주변지역에서 온도가 올라가면 중위도 지역에서는 오히려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인 ‘극진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만일 북극 주변에 갇혀있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오면 혹한이 온다.
허 교수는 또 “겨울에 시베리아에서 형성되는 강력한 차가운 고기압 세력의 활동도 한국에 혹한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의 평균 기온은 분명 상승하고 있다. 대전대 환경공학과 김선태 교수는 “1970년대 서울 연평균기온은 11.83도였는데 1990년대에는 0.9도 상승한 12.73도였다”며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상승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허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겨울에 닥치는 혹한 횟수는 줄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서울이 제주도처럼 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허 교수는 이 상황을 귤에 비유해 설명했다. 현재 귤은 남해안 아래 따뜻한 지역에서만 자라고 있다. 서울의 평균 기온이 계속 상승한다면 수십년 후에는 서울에서도 귤을 재배할 수 있지 않을까. 허 교수에 따르면 답은 ‘아니오’다. 귤이 자라다가 혹한을 만나면 그만 성장을 멈춰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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