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우리가 높은 산에서 물을 끓일 때 끓는 온도가 낮아지는 원리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은 지표면에서 100도에서 끓지만 에베레스트 산 등정 시 베이스캠프가 위치하는 약 6000m 높이에서는 80도에서 끓는다. 기압이 점점 내려가면 물이 끓는 온도도 점점 내려가기 때문이다. 지표면에서의 공기 압력이 1기압이고 6000m 높이에서의 압력은 약 0.5기압이다.
기압이 더 내려가 우주 공간처럼 0에 가까워지면 물은 열을 가하지 않아도 그냥 끓어 버린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호 장비 없이 우주로 나가는 경우 제일 먼저 폐로부터 공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고 순식간에 정신을 잃게 될 것이다. 동시에 피부의 세포막이 파괴되고 세포 내의 물 성분들이 끓으면서 수증기로 바뀌어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비슷한 상황을 약 3만m 높이를 나는 비행기 내에서 경험할 수 있다. 비행기 내에서의 압력은 약 0.6기압 정도여서 비행기 안에서 끓이는 라면은 설익기 쉽다. 동시에 우리의 피부에서 계속적으로 수분이 수증기로 바뀌며 상실되기 때문에 긴 시간 비행기를 타는 경우 물을 계속 섭취하는 것이 좋다.
독자들에게 다음 비행기 여행에서 빈 생수 병을 준비해 비행기가 최고 고도일 때 열었다가 마개를 꼭 막고 비행기가 땅 위에 도착한 후 어떻게 변했는지 관찰해보기를 권한다. 지상에서는 압력이 높아진 탓에 빈 병은 약 40% 정도 찌그러져 있을 것이다.
국양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ykuk@phy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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