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란 음식물에 들어 있는 영양소를 체내에 흡수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의 장에 존재하는 100조 마리 정도의 세균이 영양분을 분해하고 체내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정화시설에서는 장내 세균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세균이 오염물을 분해한다.
흥미롭게도 이들 세균의 분해 과정이 무척 유사하다. 고농도 오염물 처리에 주로 활용되는 혐기성미생물(산소가 없는 곳에서 활동하는 미생물)은 물에 녹은 오염물질을 산성을 띠게 만든 후 분해하면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발효). 인체에서도 입 안의 타액으로 녹은 음식물이 강한 산성을 띠는 위액을 통과한 후 소장과 대장에서 발효되면서 메탄가스가 만들어진다. 이 가스가 바로 방귀다.
사람이 배출하는 방귀는 하루 100∼280cc 정도다. 정화시설에서 오염물을 분해할 때도 많은 양의 메탄을 함유한 가스가 발생한다. 사람이 과식하거나 분해하기 어려운 음식물을 섭취할 때 방귀는 더욱 지독한 냄새를 낸다. 마찬가지로 정화시설에도 감당할 수 있는 용량보다 많거나 독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물이 들어가면 냄새가 더욱 심하게 진동한다. 따라서 대규모 정화시설에는 대량의 고약한 냄새를 없애는 별도의 시설이 필요하다.
심한 경우 악취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화시설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사태도 벌어진다. 사람이 불량식품을 먹으면 장내 세균의 활동력이 떨어져 소화불량이 초래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듯 사람의 소화기관과 정화시설이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효율성 면에서 보면 단연 인체 소화기관이 앞선다. 인간은 단 하루 만에 고농도의 음식물을 75% 정도 분해해 낸다. 이에 비해 정화시설은 30일 정도 지나야 오염물의 80∼90%를 분해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가 인체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오염물을 없앨 수 있는 고효율의 정화시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박완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wcpark@kist.re.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