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한국 IT]DMB-DTV 세계표준은 코리아

  • 입력 2005년 4월 12일 02시 19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02년 말 국내 최초로 개발한 액체 로켓 ‘KSR-Ⅲ’. 한국의 로켓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02년 말 국내 최초로 개발한 액체 로켓 ‘KSR-Ⅲ’. 한국의 로켓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IBM 윤병훈(尹秉勳) 상무는 요즘 미국 본사 기술자들로부터 “한국 정보기술(IT)이 급성장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한국인들뿐”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고 하루 종일 호텔에서 공짜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한국의 IT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선진국이 부러워할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핵심기술과 부품소재 분야는 대외의존도가 높다.

▽국제 표준을 선도=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2003년 4월 “한국이 40년간 이루어낸 정보통신 발전은 한마디로 ‘기적’이며, 더 이상 권고할 것이 없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황창규(黃昌圭)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은 2002년 국제전기전자기술협회(IEEE) 최상등급 회원이 됐다. 황 사장은 이후 협회가 주요 안건을 처리할 때마다 회의를 주재한다.

한국의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술은 유럽에서 표준으로 채택됐고,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디지털TV 기술 역시 미국에서 표준이다. 한국의 위상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망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중국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등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고 있으며 휴대인터넷, 전자태그(RFID), 홈네트워킹 등 IT 첨단기술을 가장 먼저 테스트하는 나라다.

메모리반도체와 무선통신 분야에서 약진을 거듭하자 외국기업들은 한국 기업에 제품 공동개발을 제의하고 있다. 영국 통상산업부는 2002년 보고서에서 한국을 ‘세계 1위의 초고속인터넷 국가’라고 소개하면서 한국의 노력을 영국이 배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 IT 약진=처음부터 한국이 빛나는 실적을 낸 건 아니다.

199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직원들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미국 퀄컴사에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시험평가단 연구원이었던 권동승(權東昇) ETRI 이동통신팀장은 “선진국 전문가들이 상용화가 불가능하다고 평가하는 기술을 전수받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한국이 IT 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들은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금 이동통신에 사용되는 단말기와 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수출 효자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협소한 시장, 미국의 20분의 1에 불과한 연구개발(R&D)비, 기술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던 한국이 IT 강국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과감한 R&D 투자와 기술혁신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2년 한국의 IT 분야 R&D 투자 규모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2000년대 들어 일부 제품은 선진국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메모리반도체, 이동통신 단말기,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디지털TV 등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상품이 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의 IT 산업 경쟁력이 OECD 30개 국가 중에서 종합 6위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특히 휴대전화 등 IT 제품에 대한 수출 특화도와 기술혁신 분야, IT 인프라는 최상위권으로 평가됐다. 뛰어난 응용기술을 바탕으로 IT를 상품화하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원천기술은 선진국에=그러나 핵심기술의 대외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 한국 IT 산업의 약점이다.

이동통신 핵심기술인 CDMA 기술을 상용화했지만 원천기술 보유회사인 퀄컴사에 로열티를 꼬박 물고 있다. 한국이 퀄컴에 지불하는 돈은 2003년 790억 원, 지난해 상반기 15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과학기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IT 산업의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12억7800만 달러(약 1조2780억 원). 기술무역수지란 한국이 특허 또는 제조기술을 수출한 금액에서 수입액을 뺀 돈으로 적자가 크면 기술의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원천기술의 빈곤은 IT 제품의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핵심부품을 수입해 최종 제품을 조립하는 생산구조로 인해 통신기기의 국산화율도 저조하다.

차세대 IT 주력 상품 중 하나인 TFT-LCD의 부품 국산화율(부품 수 비중)은 35%, CDMA 단말기의 부품 국산화율은 69% 수준이다. 특히 시장규모가 큰 센서, 프로세서 등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부품제조업체에 R&D 자금을 지원하는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이부호(李富浩) 전무는 “핵심부품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파급 효과가 큰 부품 위주로 기획-개발-상용화 등 모든 단계에서 정부와 민간기업이 중장기 개발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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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한국’ 세계1위와 비교해보니…

정부가 올해를 ‘우주개발 원년’으로 선포할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는 우주기술 분야는 정보기술(IT)이나 생명공학기술(BT)에 비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우주기술은 선진국의 46.5% 수준으로 10년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학정(金學楨) 박사는 “로켓과 인공위성 개발 기술은 초보 수준이지만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선진국의 80% 수준”이라고 말했다.

로켓 분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과학관측 로켓을 개발하기 시작해 2002년 말 최초의 액체로켓을 개발했다. 하지만 인공위성을 발사할 정도는 못된다.

김 박사는 “2007년 10kg짜리 소형 인공위성을 실은 150t급 액체로켓을 개발하면 미국 러시아 등 우주강국에는 못 미쳐도 우리 로켓으로 위성을 쏠 정도로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위성은 우리별 1∼3호와 과학기술위성 1호를 개발했지만 모두 과학 실험용이다. 지구를 관측하는 첫 실용 위성은 1999년 외국에서 발사된 아리랑 1호. 올해 12월에는 해상도가 1호보다 뛰어난 선진국 수준의 아리랑 2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환경·에너지 기술이나 기반주력산업 기술 수준은 어떨까.

환경오염과 에너지 고갈이 심각해지면서 ‘문제는 해결하고 경제적 이익도 챙기는’ 분야가 환경·에너지 기술이다. 한국의 평균 기술수준은 미국의 59.2%로 7.4년의 기술격차가 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기술발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생활폐기물 소각로는 다이옥신 등 발암성 오염물질 때문에 골치인데 일본과 독일은 폐기물을 태우는 대신 열로 분해한 뒤 섭씨 1400도 이상에서 녹여 유리로 만드는 ‘열분해용융’ 기술을 상용화했다.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기술연구부 김석준(金碩準) 박사는 “한국도 90% 수준까지 기술을 따라잡았다”면서 “다이옥신 발생을 10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반주력산업 기술은 기계 건설 소재 정밀가공 등 모든 제품 제작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통칭하는 것으로 막상 제품이 나왔을 때 눈에 보이지 않아 사회적 인기가 낮다. 이 분야의 기술은 선진국의 71.2% 수준으로 6.1년의 기술격차를 보인다.

한국기계연구원 공작기계그룹 박천홍(朴天弘) 그룹장은 “기반주력산업 기술을 흔히 ‘기능직’ 업무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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