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업체인 하나로드림의 김철균(金喆均·42) 대표이사 부사장. 그에게 아이디(ID)를 지은 배경을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 ID를 먼저 본다. 남이 지어주는 ‘이름’보다 자신이 짓는 ID가 훨씬 자신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하나로드림의 대표에 선임됐다. 벤처 붐을 타고 인터넷 기업을 창업해 유명해진 스타 경영자는 많다. 하지만 인터넷 기업에 입사해 승진을 거쳐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것은 김 대표가 처음이다.
▽인터넷과 함께=김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1988년 데이콤의 ‘천리안 기획팀’에 입사했다. 첫 직장이었다. 천리안은 텍스트를 이용해 뉴스와 날씨 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동호회나 채팅 등 ‘사이버 친목 활동’도 벌이는 PC통신 서비스. 지금으로 치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비슷하다.
김 대표는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단어도 몰랐지만 사람들이 통신을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이 세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가 데이콤에서 시작해 한국PC통신, 나우콤, 하나로드림 등을 거치는 동안 한국은 ‘인터넷 강국(强國)’이 됐다.
▽‘두 발’ 앞서다=때로 그는 너무 앞서 나가기도 했다.
데이콤에서 나와 1989년 신세계백화점의 통신판매 부서에 지원했던 것이 대표적인 경우. 김 대표는 “통신에서 물건을 판다는 게 정말 앞선 상거래 방식이라고 생각해 통신판매 부서에 지원했는데 알고 보니 카탈로그 발송 부서였다”고 말했다. 남보다 먼저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머릿속에 그렸던 것이다.
1990년대 중반 PC통신업체인 나우콤 시절 그가 기획했던 ‘작은 모임’도 마찬가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모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PC통신 회사에 정식으로 공문을 접수해 동호회 개설을 신청해야 하던 시절이었다. 김 대표는 누구나 온라인상에서 모임을 만들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정작 이 아이디어로 가장 성공한 곳은 ‘카페’ 서비스로 유명한 인터넷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이다. 또 약간 앞선 셈이었다.
▽인터넷 세대와의 호흡=호흡이 긴 글을 올리고 논쟁을 주고받던 ‘PC통신 세대’는 글 대신 사진과 동영상으로 말하는 ‘인터넷 세대’에게 통신 공간을 내줬다. 인터넷 기업들도 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시작하지 않은 일을 먼저 한다는 기쁨만으로 충분했던 지난 시절과 달리 다른 업체와 경쟁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를 남보다 앞서 생각하는 버릇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스마트폰’ 휴대전화를 꺼내 보이며 “인터넷은 결국 이 기계처럼 사람들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에 어울리는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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