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하면 흔히 유전자, 유전자조작, 게노믹스 등 생명과학적 현상이나 응용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DNA는 정제해 보면 솜 같은 섬유꼴로 얻어진다. 갖고 있는 DNA 시료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만져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짓는다.
지난달 하와이의 코나에서 ‘국제 DNA 광재료 워크숍’이 처음 열렸다. 세계에서 25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3일간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는 물론 구상하고 있는 연구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필자 한 명만이 참여했다.
발표 내용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DNA 섬유로 광통신에 사용할 수 있는 광섬유를 뽑고, 발광염료분자를 DNA 내부에 끼워 넣어 고효율 발광 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또 DNA가 바이러스에 강하게 붙는 특성을 이용하여 바이러스로 오염된 혈청을 정제하는 일, DNA가 수분은 물론 자외선도 잘 흡수하므로 피부보호 화장품 첨가제로 사용하는 일이 가능했다. 심지어 건강식품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DNA는 실험실에서 쉽게 배양되는 미생물에서 값싸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신소재에 비해 비용이 저렴한 것이 큰 장점이다.
물론 이 모든 연구가 현재로서는 초기 단계이지만 오가다 교수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는 DNA를 재료로 연구하는 과학자가 줄잡아 150여 명이나 된다니 놀랄 만한 일이다.
DNA는 단순히 유전자로만 보는 생명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DNA 섬유로 짠 천으로 의복을 만들어 입는 날이 눈앞에 보인다면 지나친 예측일까.
진정일 고려대 화학과 교수 jiji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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