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소설카페 초등생들이 점령…가입 회원의 16% 차지

  • 입력 2005년 5월 7일 03시 02분


경기 안산시 호동초등학교 6학년 유청희(12) 양은 이렇게 말했다.

“자꾸 초딩, 초딩 하는데 인터넷에선 내가 초딩인지 어떻게 알아요? 소설 쓰기는 그냥 생활이에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소재를 찾은 뒤 재밌게 살을 붙여서 소설을 써요.”

청희 양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16세 소녀 은주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마이 월드(My World)’를 썼다. 청희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동화 같은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누리꾼(네티즌)들이 잘 안 봐 주더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 잠동초교 5학년 허현정(11) 양은 ‘아직은 수줍은 너에게’라는 소설로 쥬니버(쥬니어 네이버)의 4월 마지막 주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작품의 배경은 가상의 학교인 하경고교. ‘범생이’ 남학생 신라민이 불량스러운 여학생 윤혜원을 만나서 서로 좋아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현정 양은 “‘귀여니’ 언니 같은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소설 세계를 점령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애소설 창작실’ 카페 회원 39만2000여 명 가운데 초등학생 회원은 16.4%(6만3000여 명).

이 카페의 중학생방에는 7만8000여 건, 고등학생방에는 3만4000여 건의 소설이 게시돼 있는 반면 초등학생방엔 21만5700여 건이 올라와 있어 양적인 면에서 이들이 단연 선두다.

쥬니버의 ‘초등놀이’ 코너에 개설된 ‘가상소설’에도 6일 현재 14만2000여 건에 이르는 소설이 올라와 있다.

서울 서초구 방일초교 6학년 강예은(12) 양은 “피곤할 때 소설을 쓴다”며 “소설 쓰기는 안식처와 같다”고 했다. 예은 양은 월·수·금요일에 수학학원에 가고 화·목요일엔 피아노, 수요일에는 미술 영어, 토요일에 바이올린 과외를 할 정도로 꽉짜인 일과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이화여대 이성은(李成恩·초등교육) 교수는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된 현재의 초등학생들이 ‘웹 문학’이라는 양식으로 자신을 능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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