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손 지켜라” 황우석교수 24시간 그림자경호

  • 입력 2005년 5월 23일 03시 12분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국민과학자’ 서울대 황우석(黃禹錫·52·수의과대 수의학과) 석좌교수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20일 오후.

황 교수의 자택인 서울 강남구 S아파트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평소 두 시간마다 한 번씩 초소를 방문하던 순찰차는 이날 저녁 한 시간에 한 번씩 순찰함을 찾았다. 사복경찰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순찰 중이던 한 경관은 “주민들도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비”라며 “구체적인 경비 상황은 알려줄 수 없다”고 굳게 입을 닫았다.

황 교수가 다시 한번 세계적 스타로 입지를 굳히면서 이제는 허락 없이 그에게 접근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 같다.

그는 지난해 9월 요인보호대상자로 분류돼 장관급 공무원이나 유력 정치인에게 제공되는 국가요인급 경호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후 점차 경호가 강화됐고, 이번 세계적인 연구성과로 더욱 촘촘한 ‘밀착경호’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옆 동에 치안사무실까지 마련=경찰은 과학기술부의 요청과 ‘국방·안보와 관련된 과학자도 요인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경찰청 요인보호심의위원회 규정에 따라 신변보호를 해 왔다. 주요 정치인이나 황장엽(黃長燁) 씨 등 특별한 인사가 아닌 과학자가 이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나아가 청와대는 지난해 말 황 교수의 서울 강남구 S아파트 자택 부근 경호를 대폭 강화하라고 관계당국에 지시했다.

경찰은 우선 황 교수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 3평 남짓한 크기의 경비초소를 새로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사복 경찰이 하루 3교대로 24시간 내내 초소를 지키며 아파트 현관과 집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경찰은 평소 아파트 주민들의 얼굴을 익히고 있다가 외부인이나 수상한 사람이 현관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검문검색을 한다.

경찰은 또 아파트 인근 동(棟)에 황 교수 경호를 위해 별도로 10여 평 규모의 치안사무실을 마련했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경호원들이 이곳에 상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황 교수가 집에 들어올 때는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황 교수를 집 앞까지 에스코트한다.

▽주민, 범죄율 제로에 “환영”=아파트 주민들은 경찰의 경호 활동으로 불편함을 느끼기보다는 황 교수에 대한 집중경호 덕택에 “치안 사정이 좋아졌다”며 반색하고 있다.

실제로 경비초소가 생긴 지난해 가을부터 지금까지 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절도 등의 범죄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과 정보당국은 황 교수의 자택 부근을 경호한다는 것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주민 대부분은 황 교수를 위해 초소가 설치되고 방범 활동이 벌어지는 사실을 알고 있다. 황 교수의 이웃인 김모(48) 씨는 “범인을 잡기 위해 초소가 생긴 것이라면 불안하겠지만 황 교수처럼 국가적으로 소중한 인물을 경호하기 위한 것이라 기분이 좋다”며 “범죄가 일어날 여지도 없어 주민들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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