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세계名犬으로 업그레이드

  • 입력 2005년 5월 23일 03시 13분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가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단체인 영국 케널클럽(Kennel Club)에 공식 등록되자 전남 진도에서는 진돗개를 세계 명견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진도에서는 혈통 보존과 우수 품종 생산을 위해 진돗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표준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민들도 진돗개를 고가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경제적 가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명견 반열에 오른 진돗개=영국 왕실의 지원을 받는 케널클럽은 미국의 케널클럽(AKC), 세계애견연맹(FCI) 등과 함께 세계 3대 개 등록기관으로 1873년 설립돼 역사가 가장 길다.

케널클럽 측은 진도군이 보낸 진돗개에서 지난해 새끼 6마리가 태어나자 유전자 분석 등 고유 품종검사를 거쳐 이번에 독립 품종으로 인정한 것. 이에 따라 진돗개는 내년부터 ‘개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크러프츠 쇼 경쟁 부문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진돗개는 또 7월 FCI 등록도 앞두고 있다. 현지 실사 등 승인 절차가 마무리돼 7월 5일 아르헨티나 FCI 총회에서 공식 발표만 남은 상태다.

▽진돗개의 ‘경제학’=진도군에서 사육하고 있는 진돗개는 4월 말 현재 1만2882마리. 이 중 5998마리가 천연기념물로 등록돼 관리되고 있다. 나머지는 생후 6개월 미만으로 아직 천연기념물 심사를 받지 않았거나 심사에서 탈락한 개들이다. 천연기념물로 등록됐더라도 진도를 벗어나면 자격이 박탈된다. 진도군 전체 1만5800가구 중 5가구 가운데 1가구꼴로 진돗개를 기르고 있다.

진도에서 태어난 개들은 생후 6개월이 되면 의무적으로 진돗개공인심사원에게서 머리, 체형, 꼬리, 이빨 등 24가지 항목에 걸쳐 심사를 받는다.

진돗개가 외부로 반출되는 경우는 두 가지. 생후 3개월 이하이거나 심사에서 탈락하면 외지 판매가 가능하다.

주민들이 진돗개로 연간 벌어들이는 수입은 50억∼60억 원. 값은 3개월 이하가 20만∼70만 원, 심사에서 탈락한 개는 10만∼12만 원에 팔리고 있다.

이번 영국 케널클럽 등록으로 해외에서 마리당 1000∼2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진도군의 설명. 또 우수 품종을 생산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혈통서를 첨부하면 1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혈통 관리가 관건=진돗개는 생후 3개월 이내의 강아지가 심사를 거치지 않고 외부로 반출되면서 때때로 혈통 시비가 제기돼 왔다.

진도군이 이런 시비를 불식시키고 고유 품종을 선발하기 위해 1998년부터 진돗개 표준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육 중인 진돗개에 생일, 생김새, 주소, 합격점수 등 정보가 담긴 10개 숫자의 고유번호 전자 칩(길이 2mm)을 목덜미 피하 조직에 이식해 관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유전자 분석을 통한 친자감별법으로 혈통 관리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 방법은 혈액은 물론 머리카락, 유골 등에서 소량의 유전자(DNA)를 채취해 분석하는 것으로 기존의 혈액형 분석 등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면서 정확도가 훨씬 높다.

이계웅(李啓雄) 진돗개시험연구소 수의사는 “지금까지는 일종의 출생신고서인 견적증명서를 발급했는데 2008년부터 순종임을 확인할 수 있는 3대 이상의 가계도 등이 포함된 혈통증명서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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