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5억년前생물 오른손잡이 많다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06분


필자는 공을 왼발로 찬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장에서 왼쪽에 서면 마음이 편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밥을 먹거나 글씨를 쓸 때는 오른손을 사용한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오른손을 쓰도록 교육을 받아 왔고, 실제로 대부분 사람들은 오른손잡이이다.

그런데 국내 인구 중 7∼8%가 왼손잡이라는 통계를 접한 후 그 수가 적지 않음에 놀랐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이승엽이 왼손잡이이며, 허재와 유남규도 왼손잡이라고 한다. 운동선수뿐 아니라 과학자와 예술가 중에도 왼손잡이가 많다. 뉴턴,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베토벤, 피카소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어느 한 손을 주로 쓰는 행동양식은 사람만 가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다른 동물에서도 ‘손잡이 행동양식’에 관한 보고가 늘고 있다. 손잡이 행동양식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동물의 형태적 비대칭성은 생물 진화의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다.

몇 년 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로린 밥콕 교수는 손잡이 행동양식을 고대 생물 삼엽충에서 찾았다는 논문을 발표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삼엽충은 약 5억3000만 년 전 캄브리아기 초에 출현해 5000만 년간 지구의 바다에서 가장 번성했던 생물이다. 그래서 캄브리아기를 ‘삼엽충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놀랍게도 삼엽충 화석 중에는 이따금 물린 자국이 발견되기도 한다. 밥콕 교수는 총 86개 표본의 물린 자국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오른쪽을 물린 삼엽충이 69%, 왼쪽은 27%, 그리고 양쪽 모두 물린 것은 4%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모든 생물은 공격을 받으면 반사적으로 몸을 틀게 된다. 삼엽충의 경우 오른쪽을 물린 예가 더 많다는 사실은 뒤에서 공격을 받을 때 대부분의 삼엽충이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고 그래서 오른쪽을 물린 표본이 많다는 해석이다. 이 해석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는 어렵겠지만 화석 연구로 5억 년 전 생물도 오른손잡이가 많았다는 생각을 해낸 과학자의 자세가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최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dk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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