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트 김 ‘사이버 테러’ 눈물의 절규

  • 입력 2005년 6월 16일 03시 25분


트위스트 김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보통신 윤리와 성숙한 사회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이름을 이용한 음란 사이트 때문에 겪은 피해를 얘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트위스트 김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보통신 윤리와 성숙한 사회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이름을 이용한 음란 사이트 때문에 겪은 피해를 얘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50년 배우 인생의 명예가 짓밟힌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손녀딸이 ‘친구들이 할아버지가 인터넷에서 벌거벗은 여자 장사를 한다고 놀렸다’며 울 땐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1960년대 영화 ‘맨발의 청춘’에서 맛깔스러운 트위스트 춤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배우 트위스트 김(본명 김한섭·69).

그는 15일 시민단체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정보통신 윤리와 성숙한 사회’ 토론회에서 사이버 테러로 본 피해를 떠올리며 연방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자신의 예명인 ‘트위스트 김(twist kim)’이 불법 성인사이트의 제목이나 인터넷 주소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직접 찾아낸 곳만도 27개에 이른다.

“처음에는 유명세려니 하며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저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이미지를 문제 삼아 영화와 CF 계약이 깨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누군가가 밤중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돈이 그렇게 좋으냐’고 욕할 때는 아내와 붙잡고 울었습니다.”

지인의 도움으로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했지만 그때마다 결과는 ‘각하’나 ‘혐의 없음’이었다. 예명이라 고유 권한을 주장할 수 없다거나,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해명할 방법이 없어 미적거리는 사이 소문은 더 나빠졌다. 섭외가 끊겨 충무로 영화계와 방송국 등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자 “진짜 불법 성인사이트 업자로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고, 고소 고발로 뛰어다니는 것을 “(성인사이트) 동업하다 싸움이 난 것”이라고 뒤에서 수군댔다.

이 일로 김 씨와 그의 아내는 몇 년째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얼굴이 삐딱하게 돌아가는 ‘구안괘사(안면신경 마비)’에 걸리기도 했다. 병원 치료에 별 약을 써 봐도 가슴에 난 불은 꺼지지 않아 몸은 점점 더 쇠약해졌다.

결국 김 씨는 올해 3월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심정으로 투신자살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손자들의 얼굴이 눈에 밟히면서도 ‘죽어서라도 불명예를 씻겠다’는 유서 한 장을 써놓은 채 한강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내의 기지로 한강순찰대가 미리 출동해 참극은 막았지만 그때의 절망감은 여전히 가슴에 남아 있다.

김 씨는 “타인의 인생에 피멍이 드는 그런 비양심적인 일을 인터넷에서 버젓이 하는 사람들이 우선 문제지만 정부와 사법기관도 법률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방치하지 말고 사이버 테러로 고통받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해 주길 진심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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