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의원은 지난 15일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 누리꾼들과 6·15 5주년에 관해 댓글로 대화를 주고 받던 중 “밥 먹으러 갑니다. 찌질이 친구들아~!”라고 발언했다.
임 의원은 “젊은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 그랬다”고 거듭 해명하고 있지만, 누리꾼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터넷 용어 ‘찌질이’가 ‘남들과 잘 어울려 놀지 못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부정적 단어이기 때문.
지난달 박사모 회원들이 반박근혜 계열의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고진화 의원을 가리켜 ‘찌질이 4인방’이라고 비하하는 바람에 당내 갈등으로까지 불거진 적도 있다.
▽임종석 “누리꾼에게 정감있게 다가서려 쓴 표현”▽
임종석 의원실은 “댓글 대화 도중 다른 누리꾼들도 서로 ‘찌질이’라고 말했고, 임 의원도 이 용어를 편안하게 받아들였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에이 바보같은 놈, 정신차려’하지 않나, 찌질이도 반어적으로 친근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사과 할만한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순수한 의도를 왜곡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이번 일에 대해 누리꾼 다수는 진의를 이해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측 한 보좌관은 “(임 의원이) 일부러 (찌질이) 같은 용어를 사용한 감이 없지 않다”며 “누리꾼들이 ‘야, 임 의원도 우리와 비슷한 용어를 사용하는구나’하고 임 의원을 친구나 선배처럼 봐주길 바랬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의원측의 해명에도 누리꾼들은 “진짜 찌질이는 바로 임종석”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임 의원은 누리꾼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주 2회씩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고, 댓글도 직접 챙긴다. 오는 18일에는 미니홈피 일촌들과 밥도 먹고, 액션 영화도 보는 모임을 갖는다. 정치인으로선 많은 노력을 하는 편. 그럼에도 네티즌으로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
▽이회창 전 총재도 '빠순이' 발언▽
이 같이 정치인들이 젊은 세대의 은어를 잘 몰라 곤욕을 치른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스승의 날 일일교사로 모 여고를 방문해 여고생들에게 “빠순이들”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많은 여학생들이 “창이 오빠”라고 환호하자, “여러분들을 보니, 빠순이 부대가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던 것.
이 전 총재는 ‘오빠부대’를 지칭한다며 ‘빠순이’를 사용했지만 ‘빠순이’는 술집 접대부(호스티스)를 지칭하는 은어다. 사소한 실수였지만 민주당은 대변인 브리핑까지 내 성토하는 등 이 사건은 두고두고 대선기간 내내 회자됐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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