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행보는 사무용으로 사용되던 PC가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발전하면서 TV와 휴대전화, 비디오 게임기가 한데 묶인 네트워크의 중심기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 인텔이 그리는 미래
PC와 TV, 휴대전화 등이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값싸고 빠른 무선통신 기술이 필수적이다. 인텔의 ‘와이맥스’, 한국 KT와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와이브로’가 대표적.
이들의 특징은 요금이 싸다는 점이다.
와이맥스는 땅이 넓은 미국에서 케이블을 묻는 대신 전파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케이블 매설 비용이 안 들기 때문에 원가가 낮아 요금이 싸다.
한국의 와이브로 역시 월 3만∼4만 원에 영화, 음악, 게임 등을 무제한으로 주고받게 해 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PC로 영화를 내려받아 손쉽게 TV 화면으로 볼 수 있고 휴대전화로 받은 음악은 거실 오디오로 들을 수 있게 된다.
○ 인텔이 노리는 것
인텔은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려고 한다. PC 제조업체와 휴대전화 업체에 인텔의 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KT와 미국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의 무선 초고속인터넷 규격 확립에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MOU를 맺었다. ‘와이맥스’와 ‘와이브로’라는 각자의 기술은 서로 경쟁 관계지만 이 둘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에서 합의를 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과 협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무선인터넷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3.5세대 이동통신망에 투자할 계획이라 와이맥스와 사실상 경쟁 관계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온라인 음악서비스 ‘멜론’이 와이맥스로 연결된 휴대전화와 TV, PC 등에서 서비스되면 인텔과 SK텔레콤 모두 밑질 게 없다.
○ 인텔과 손잡은 기업들
인텔은 최근 각 나라에서 여러 종류의 사업협력을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주에는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업체 핀란드 노키아와 와이맥스 사업 협력을 발표했고 이에 앞서 미국 애플컴퓨터에도 중앙처리장치(CPU)를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과 브라질 업체도 인텔과 콘텐츠 공급 계약을 했으며 삼성전자도 인텔이 주도하는 와이맥스 포럼에 가입했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업체와 손잡아 표준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것이 인텔의 의도다.
오텔리니 사장은 “인텔은 메모리반도체를 만들다가 CPU 회사로 변신했고 최근에는 CPU와 무선통신 기술 등이 합쳐진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며 “앞으로 인텔의 기술이 무선통신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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