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Really?]남극얼음 그속엔 지구의 역사가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한반도의 60배가 넘는 거대한 남극대륙은 두꺼운 얼음에 눌려 있다. 해안과 높은 산봉우리를 뺀 98%가 평균두께 2160m의 얼음으로 덮여 있다. 평균해서 남극에는 얼음이 한라산 높이보다 210m나 더 두껍게 덮여 있는 셈이다. 남극에서 얼음이 가장 두꺼운 곳은 4800m에 달한다.

남극대륙의 얼음은 물이 언 것이 아니라 눈이 다져졌다는 점에서 보통 얼음과 다르다. 즉 눈이 두껍게 쌓이면서 아래쪽의 눈이 눌리고 다져져 결국 딴딴한 얼음이 된 것이다.

남극 얼음 속에는 공기가 작은 방울로 압축돼 있다. 투명한 얼음조각에 들어있는 동글동글한 예쁜 공기방울은 들여다보기만 해도 신기하다. 컵에 담아 귓가에 대면 더 신기하다. 바로 얼음이 녹으면서 그 속에 갇혀 있던 수백∼수천 년이나 된 공기방울들이 터지면서 내는 ‘탁! 탁!’ 하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실제 그 소리를 들으면 대자연과 남극의 신비에 몸을 떤다.

얼음을 연구하는 빙하학자들에게 남극의 얼음은 중요한 재료이다. 눈이 얼음이 되기 전, 눈 결정 사이의 빈틈에 있는 공기가 얼음 속에 갇히면서 눈이 내릴 때의 대기조건을 간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높이에 따라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 함량이 다르다. 따라서 이산화탄소의 함량을 알면 눈이 쌓일 때의 높이, 곧 남극대륙의 높이와 그 변화를 알 수 있다. 물론 눈이 쌓일 때의 공기 성분도 알 수 있어 당시의 기후를 유추할 수 있다.

또 눈 결정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공기 속에 있는 화산재 같은 작은 먼지를 중심으로 생성된다. 따라서 얼음을 녹여 먼지를 모으면 그 먼지의 종류와 ‘출생지’를 알 수 있고 날아온 경로와 원인을 추적할 수 있다.

장순근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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