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국내 최초의 검색 엔진 ‘코시크’는 1995년 12월에 생겼다. 1996년에 최초의 상업적 검색 엔진 ‘심마니’, 97년에 ‘야후 코리아’, 98년에 ‘네이버’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한국의 인터넷 검색 역사는 10년에 이른다.
인터넷 검색어는 트렌드와 유행의 지표다. 인터넷은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가장 빨리 반영하는 매체로 누리꾼들은 검색어 순위를 보고 유행을 가늠한다. 연예계 인기 지표도 검색어 순위에 따라 정해지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천만 건의 검색이 이뤄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실은 어떤 모습일까. 10일 오후 ‘네이버’ 검색 본부를 들여다봤다.
○ 검색어 순위는 ‘정화’된다
“잉? ‘덮녀’는 또 누구야?”
10일 오후 3시, 네이버 검색본부 이재광 대리는 갑자기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른 ‘덮녀’를 찾아본다. 한 누리꾼의 블로그가 나오고 매우 튼튼해 보이는 한 여성의 사진에 ‘추천 안하면 덮친다’고 적혀 있다. 곧장 웃음이 터진다.
국내 최대 검색 포털로 검색 서비스의 70%를 차지한다는 네이버의 검색본부는 예상과 달리 평범한 사무실과 다름없었다. 직원들은 높은 칸막이를 한 실내에서 자신의 컴퓨터만 보고 있다. 대형 화면에 역동적인 분위기를 상상했던 것과 크게 달랐다. 온라인 세상의 왁자지껄한 논란을 가장 빠르게 담아내는 곳이지만, 그 오프라인 현장은 조용했다.
이 대리는 2개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한 쪽에선 통합검색, 지식IN 검색, 블로그, 이미지 등 12가지 분야의 실시간 검색 순위가 한꺼번에 나온다. 다른 한 화면에는 네이버의 통합정보관리 시스템 화면이 떠 있다. 현재 실시간 검색어와 ‘금칙어’ 등을 여과하지 않은 원본 실시간 검색어 등이 나온다. 원본 목록에는 보기에 민망한 단어가 가득하다.
이 대리는 “누리꾼들이 보는 순위는 성인 키워드나 명예 훼손 소지가 있는 것을 걸러낸 것”이라며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면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며 그 단어를 검색하는데, ‘금칙어’ 등 여과 장치가 없을 경우 우리 회사가 ‘이것이 뜨고 있다’며 검색하도록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3만여 개의 단어를 ‘금칙어’로 지정하고 있다. 최근 금칙어 목록에는 대부분 ‘XX아가씨’ ‘XX카페’ 등 음란물의 제목이 적혀 있었다.
신문 등에 발표되는 검색어 순위도 금칙어를 제외한 것이다. 2003년과 2004년의 1위는 계속 로또였다. 올해 상반기 1위는 온라인 자동차 경주 게임인 ‘카트라이더’다.
○ 검색실에서 세상이 보인다
검색본부 이유미 씨는 “검색어만 봐도 세상이 돌아가는 게 다 보인다”며 “TV를 보지 않아도 지금 TV에 누가 나오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검색이 생활화된 젊은 누리꾼들이 TV를 보고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계속 검색을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한 라디오 방송의 DJ가 방송 도중 특정 단어를 지칭해 “네이버 검색어 순위 1위로 만들어 보자”고 말했는데 잠시후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바뀌기도 했다.
검색어가 화제를 낳으면서 누리꾼의 ‘낚시질’도 심해지고 있다. 낚시질은 블로그 방문수를 늘리기 위해 검색어에 대한 정보가 자기 블로그에 있다고 속이는 글을 올리는 행위다.
하루 시간대별로 검색어가 다른 것도 흥미롭다. 아침에는 뉴스에 거론된 사건이나 인물, 스포츠 경기 결과나 선수, TV 아침방송에 나온 인물의 이름이 많이 검색된다. 점심 시간 이후에는 온라인 게임 검색이 증가한다. 오후가 되면 학생들의 숙제나 직장인의 업무에 관련된 검색어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저녁 시간이 되면 유명 음식점을 찾는 지역 검색이 폭주하고 TV에 나오는 연예인 이름이 올라온다. 밤이 깊으면 올빼미족들이 성인 키워드를 찾는다.
요일에 따라서도 다르다. 주말로 갈수록 여가와 관련된 검색어가 증가하고 일요일은 엽기 코믹 검색어의 순위가 올라간다. 누리꾼들이 심심한 탓이다.
○ 검색은 생활이다
2003년 이후 검색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네이버에 최근 엠파스가 네이버의 지식 검색 내용까지 찾아주는 ‘열린 검색’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야후나 다음도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 중이어서 ‘검색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조짐이다. 포털 사이트들이 검색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검색 서비스가 광고와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야후의 디렉토리 검색, 엠파스의 자연어 검색, 네이버의 통합검색과 지식검색으로 발전해 온 국내 검색 시장은 최근 생활밀착형 콘텐츠 검색으로 나아가고 있다. 네이버가 10일 공개한 ‘지하철역 콘텐츠 검색’에는 지하철역의 위치와 시간, 연계 버스노선은 물론이고 내리는 문과 화장실의 위치까지 안내한다.
이는 이용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용자들은 전화나 e메일을 통해 ‘검색 창에 이차 방정식을 넣으면 답이 나오게 해 달라’ ‘검색창에 사다리라고 치면 사다리타기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 놓는다.
생활의 모든 것이 검색으로 해결되는 시대, 우리의 삶은 포털 사이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홍보팀의 이상훈 대리는 “예전에는 정보가 어디 있는지 몰라 우물쭈물했지만 이젠 빨리 찾은 뒤 남는 시간을 생산적인 일에 투자할 수 있다”며 “인터넷의 노예가 되진 말라”고 조언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국내 포털 사이트의 검색서비스 비교 | |||||
네이버 | 야후 | 엠파스 | 파란 | 다음 | |
장점 | 약 2800만 건의 지식인 DB. 110만 건의 학술 정보. 책 본문 검색 기능 | 약 1000만 개의 텔레매틱스 DB를 기반으로 한 ‘거기’ 지역검색 서비스 | 타사 지식DB까지 함께 검색할 수 있는 ‘열린 검색’ 서비스 | 뉴스 기사 본문 중 단어를 블록 지정한 후 더블 클릭하면 바로 검색되는 ‘이지서치’ 기능. 1GB 메일 | 550만 카페 회원들이 직접 답변하는 ‘신지식 프로젝트’ 서비스 |
멀티미디어 | 편리한 편집기능과 원본 크기로 지원되는 포토갤러리 | 내부 커뮤니티 이미지 500만 장 포함해 약 15억건 제공 | 이미지 2억5000만 DB 보유. 클립아트 80만 개 무료 제공 | 인기 이미지 디렉토리 제공 | 총 110만 곡의 음원을 확보한 음악검색 서비스 |
블로그 | 네이버 블로그만 검색 가능 | 검색과 커뮤니티를 결합한 ‘야후!피플링’ 서비스. 타사 블로그도 검색 | 타사 블로그 검색 서비스를 7월 개설 예정 | 파란 블로그만 검색 가능 | 타사 블로그 게시물도 검색 |
개인화서비스 | 관심 검색어, 관심 사이트를 지정할 수 있는 ‘마이포켓’ 서비스 | 검색 결과에서 링크에 주석을 달거나 저장 삭제 기능을 제공하는 ‘마이서치’ 서비스 | 첫 페이지 화면(스킨) 바꾸기 | 온라인 스크랩북, 검색 히스토리 저장보관 기능의 ‘마이탭’ 서비스 | ‘내가 찾은 검색어’ 저장 기능 |
지역검색 | 최단 환승경로 출구 요금 등 전국 지하철역 상세정보 | 전화번호 상호 위치정보 등 1000만 건 DB | 전화번호 교통정보 지도 | 전화번호 지도 아파트커뮤니티 | 서울시내 도로 구간의 동영상 등을 제공하는 무빙맵 서비스 |
검색어추천 | 5초마다 가장 인기 있는 검색어를 보여주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제공 | 화제의 검색어, 분야별 검색어 등 제공 | 사용자가 많이 본 결과를 위로 올려주는 ‘유저랭크’ 서비스. 많이 검색한 키워드를 보여주는 ‘사용자추천 검색어’ | 재미있는 링크 추천, 엉뚱 지식 제공 | 인기검색어, 급상승 검색어 등 제공 |
자료:포털사이트 홈페이지 종합·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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