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특성은 우리 대장장이의 독특한 담금질 기법에서 나오는 것이다. 불에 달구고 차가운 물에 식히는 일을 여러 차례 거듭할 때(담금질) 달군 쇠의 색깔이 황혼빛에 이르는 순간이 중요하다. 이때 몇 차례 안쪽 날부터 시작해 등 부분까지 순간적으로 물에 담근다.
하지만 날 부분은 갑작스레 담금질하면 갈라질 수 있기 때문에 손끝에서 나오는 숙련된 기술이 필수다. 물방울이 날 위에서 구르도록 부드럽게 물에 담그는 것. 이 과정을 무려 80회나 100회를 반복하면 날 부분이 가장 강해지고 가운데와 등 부분으로 오면서 강도가 약해지면서 유연해진다. 그 결과 나무를 쳐낼 경우 낫날에 가해지는 충격이 뒷부분에서 차례로 흡수된다. 조선낫이 부러지지 않고 수명이 긴 비결이다.
현대 금속공학의 관점에서 조선낫의 조직을 분석해 보면 날에서는 최고 강도의 조직(마텐자이트)이 발견된다. 한편 중심부의 조직(베이나이트)은 질기면서 충격 흡수를 잘하고 가벼운 특성을 가진다. 놀랍게도 이 조직은 1970년대 미국 자동차 회사에서 기름이 덜 드는 자동차 강판을 만들 때 처음 사용됐다.
이렇듯 우리 겨레의 손때 묻은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그 속에는 수천 년간 쌓여 온 대단한 과학 슬기가 듬뿍 배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장 chanto@ns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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