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시대의 개막은 TV 보기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TV가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 사라진 TV수상기와 들고 다니는 TV(DMB)
‘운동량이 줄어들어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에 퇴행성관절염이 우려된다. 드라마를 순차적으로 보지 않고 띄엄띄엄 잘라 보아도 이해가 잘 된다.’
대학생 한상호(27·서울 마포구 망원동) 씨가 5월 1일 이후 겪고 있는 변화다. 원인은 위성DMB.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꼭 챙겨 보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서라도 귀가를 서두르던 한 씨는 6월 3일 우즈베키스탄전 박주영의 동점골을 지하철 안에서 느긋하게 봤다. DMB를 보면서 채널을 자주 바꾸는 게 습관이 돼 집에서 TV를 볼 때도 예전보다 자주 채널을 바꾼다.
한 씨는 6월 말 현재 7만5800명에 이르는 위성DMB 사용자 중 한 사람이다. 위성DMB는 단말기 비용 70만 원, 월 사용료 1만3000원이라는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위성DMB 컨소시엄인 TU미디어에 따르면 DMB 이용자는 20, 30대 70%, 40대 13%다. 주 시청시간대는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8∼9시. 평균 시청률은 드라마가 제일 높지만 최고 시청률은 박찬호 경기, 국가대표 축구경기 등 스포츠 중계이며 여성 이용자가 남성보다 2배 많다. 시청시간은 하루평균 114분, 1회 평균 28분이다. 한국인의 일일 평균 TV 시청시간은 160분이다.
○ DMB가 무슨 일을 벌였을까?
언제, 어디서나 TV를 볼 수 있게 만든 위성DMB는 TV 시청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DMB 이용자 3명의 설명을 들어봤다.
위성DMB 이용 두 달째인 회사원 김재한(25) 씨는 “그간 방영시간대를 놓친 지상파 프로그램은 인터넷 다시 보기를 했지만 위성DMB에서 대부분 재방송을 해주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을 덜 보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송지훈(34) 씨는 “DMB 오디오 채널의 음질이 좋아 MP3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공통적으로 △방영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 △출퇴근길 등 이동 중의 독서, MP3 이용 등의 기존 미디어 소비가 일부 줄어든 점 △TV 시청 습관이 바뀐 점을 지적했다.
도준호(언론정보학) 숙명여대 교수는 “위성DMB의 특성으로 ‘방송 매체의 개인화’와 ‘이동성’을 꼽을 수 있다”면서 “DMB 시청은 기존의 순차적 TV 보기가 아닌 여러 가지를 병행하며 복합적으로 콘텐츠를 수용하는 새로운 미디어 소비 양식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MB 사용자 3인에게 물어봤더니… | |||
DMB 이용자 | 한상호 씨 | 송지훈 씨 | 김재한 씨 |
이용 시간 | 등하교 시 각각 40분 오후 자유시간 1시간 | 출퇴근 시 각각 1시간 | 출퇴근 시 각각 1시간 |
주 이용 경로 | 서울 마포구 망원동∼성북구 정릉동 | 서울 은평구 불광동∼금천구 가산동 | 경기 용인시 수지∼금천구 가산동 |
DMB 이용 이후 TV 시청패턴의 변화 | ― 지상파와 케이블 TV는 특정 프로만 정해 놓고 챙겨 봄 ― ‘집에 가서 TV 봐야지’란 강박 사라짐 ― 채널 이동 주기가 짧아짐 ― 긴 콘텐츠의 경우 끊어서 앞뒤 따로 시청하는 버릇 생김 | ― 집에서 TV 본다는 생각이 없어짐 ― DMB 프로그램 전용 ‘채널 블루’ 등에서 방영되는 1∼10분 분량의 짧은 프로그램 시청에 익숙해짐 | ―DMB에서 재방송을 많이 하기 때문에 못 본 프로를 인터넷으로 다시 보거나 꼭 시간대에 맞춰서 본다는 생각 감소 |
위성DMB 이용이 타 매체 이용에 미친 영향 | 일반 TV: 시청시간 20% 감소 인터넷: 변화 없음 인쇄매체: 책, 신문 등 구독시간50% 감소 | 일반 TV: 20% 감소 인터넷: 변화 없음 인쇄매체: 변화 없음 MP3 등 기존 청각 미디어: 감소 | 일반 TV: 20% 감소 인터넷: 변화 없음 인쇄매체: 변화 없음 MP3 등 기존 청각 미디어: 중단 |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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