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마녀사냥’ 큰코 다친다…민-형사 소송 잇달아

  • 입력 2005년 7월 9일 13시 10분


‘엄마 손 잡고 63빌딩에서 떨어져라’, ‘수 천명의 학생들이 너를 학교 옥상에서 떨어뜨릴 것이다’, ‘넌 이제 한국에서 다 살았다’….

지난 3월 여중생 공모(16)양이 가출을 했다. 지난해 4월 동료 교사의 체벌문제에 대해 조사를 받던 한 여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체벌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인터넷 상에서 욕설과 협박이 쏟아졌기 때문.

공양의 어머니는 “문제가 커져 아이가 전학을 갔지만, 한달도 못돼 학교를 나와야 했다”며 “줄곧 집안에만 있다가 어쩌다 한번 외출할 때도 누가 알아볼까봐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다녔다”며 흐느꼈다. 공양은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다.

▽사이버 폭력 위험수위 ▽

최근 들어 ‘개똥녀’, ‘서울대 철사마’, ‘서부희씨 자살사건’등 인터넷 상에서 특정인을 인신공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잇달고 있다.

누구나 쉽게 글을 올릴 수 있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의 특성 때문. 공명심에 휩싸인 대중이 한번 ‘단죄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피해자는 속수 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표현의 해방공간이라는 인터넷에서도 명예훼손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엄연한 범죄 행위.

공양의 법정 대리인인 정재욱 변호사는 “진실한 내용이어도 대중에 알려질 의무가 없는 개인사적 내용을 실명과 소속 주소 등을 거론하며 보도하는 것은 명백히 명예훼손”이라며 “판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골수 빨갱이 박정희 딸” 비방하다 구속 ▽

실제로 지난 98년 3월 누리꾼 A씨는 인터넷에서 8개월 동안 9차례에 걸쳐 타인을 비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지난 96년 12월에 PC통신 동호회 회장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자, 평소 자신을 비난했던 B씨의 홈페이지로 가서 “B씨는 한총련 수배자에 사기꾼이고, 내 아내를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덜미를 잡혔다.

지난 5월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노무현 대통령 저격 패러디’ 사진 을 작성해 올린 대학생 C씨를 협박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올해 초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보름여 동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홈페이지에 “골수 빨갱이의 딸”등의 표현을 써가며 30차례에 걸쳐 인신공격성 글을 올린 D씨를 구속한 바 있다.

사이트 운영 회사도 명예훼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판례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게시물을 삭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2001년 대법원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5개월간 방치한 통신업체 H사를 상대로 E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비방 글이 게재된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삭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H사는 E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누리꾼들 이성적 행동 절실”▽

정보통신윤리위원장 강지원 변호사는 “인터넷이라고 무법 천지는 아니다. 공익 목적 등 정당한 이유 없이 남의 명예를 훼손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누리꾼들의 이성적인 행동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확립을 위해 다음달부터 매달 1일 포럼을 여는 등 ‘사이버 양심 운동’을 펴기로 했다.

정보통신부도 사이버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형법 또는 정보통신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이버 폭력에 대해 피해당사자의 고소·고발이 없어도 처벌 할 수 있게 친고죄 등을 배제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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