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에이즈 환자 영순위’로 불리며 초기 에이즈 전파에 엄청난 역할을 했던 인물 듀가스는 허브인 동시에 항공사 승무원으로 이동성이 높았다. 다양한 교통수단의 발달로 쉽게 이동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허브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따라서 이런 허브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한다면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만약에 비용이나 재료 등의 조건 때문에 전체 인구의 1%만이 전염병 예방 및 치료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주사를 놓아야 할까? 당연히 카사노바 같은 허브들에게 우선적으로 접종을 해야 효과적으로 전염병의 전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카사노바를 찾아낼 것인가? 서울역 앞에서 아무나 붙잡고 “당신은 카사노바인가”라고 물어볼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다행히도 최근의 복잡계 연구를 통해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도 허브를 간접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됐다. 소위 ‘친구 치료’라는 방법이다. 서울역 앞에서 불특정인을 골라 그에게 치료제를 주되, 그 사람 대신 그의 친구 중 한 사람에게 주사하라고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면 허브는 친구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치료받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허브의 관리가 이뤄지는 셈이 된다.
정하웅 KAIST 물리학과 교수 hjeon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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