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물로 보지 마십시오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08분


불볕더위에 시원한 물 한잔이 그리워진다. 시원한 물 자체가 체온을 다소 낮춰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몸은 실제로 땀을 발산시켜 체온을 낮춘다. 생체는 물이 증발할 때 주위에 있는 많은 열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성질을 이용한다. 냉장고 안을 차갑게 해주는 냉매와 비슷한 역할이다. 사실 물은 열에너지의 함유성이 매우 좋아서 체온 조절에 가장 적합한 매체다.

물은 체온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생체 에너지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 우리 몸은 수백∼수천 개의 효소들을 포함하고 있어 가히 생화학공장이라 할 만하다. 이들 효소들이 생화학반응을 통해 음식물로부터 생체 구성성분과 생체 에너지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이때 물은 세포공장의 용매이자 원료로 이용된다. 물이 없으면 생화학공장의 대사과정이 멈추고 생명은 끝난다.

대사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효소들은 물과 함께 금속성분(미네랄)을 필요로 한다. 마그네슘, 칼슘, 철분 등이 대표적인 미네랄이다. 어찌 보면 미네랄이 없는 깨끗한 증류수는 오히려 우리 몸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생체는 지구환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성분을 골고루 활용하며 살도록 적응된 셈이다.

또 물은 생명의 전깃줄이다.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의 뇌는 약 100조 개의 세포에 끊임없이 생체기능 조절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전기적 신호는 소금과 미네랄성분이 녹아있는 물(혈액)을 통해 전달된다. 이 신호가 끊어지면 생체기능이 바로 정지된다.

전기적 신호를 일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산도(수소이온농도)가 7.4로 일정해야 한다.

물과 미네랄이 그 완충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름 야외활동 시 음료수에 소금과 미네랄이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물이 주성분인 혈액은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며 대사과정 중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흘려보낸다. 혈액의 물은 생체신호를 전달하는 전깃줄, 체온을 조절하는 냉난방관, 노폐물을 보내는 하수관 등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물은 생체의 마술사인 셈이다.

이 대 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daesilee@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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