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 당신을 엿듣는 귀가…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08분



《누군가 내 대화를 엿듣는 건 아닐까. 기술의 발달은 늘 양면적이다. 인류는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통신 기술을 발전시켜 왔지만 그만큼 타인이 끼어들 여지도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이제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사적인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경고한다. 법적이고 도덕적인 게 문제가 될 뿐 기술적으론 모든 게 가능하다. ‘X파일’의 시대. 도대체 얼마나 엿들을 수 있는 것일까.》

○유선전화와 팩스

유선전화는 워낙 단순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전화 단자함에 선을 잇기만 하면 모든 통화를 엿들을 수 있다.

팩스도 마찬가지로 팩스 신호를 보내는 전화선을 딴 뒤 복제 팩스에 물리면 같은 내용을 받아볼 수 있다.

휴대전화로 일반 유선전화와 통화를 하면 역시 손쉽게 도청할 수 있다. 도청이 어려운 휴대전화 대신 유선전화를 도청하면 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휴대전화 도청 문제는 1999년 이후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로 도마에 오른다.

2003년 국정감사에서는 고유번호가 같은 복제폰을 만든 뒤 도청하려는 전화와 같은 중계권역에 있으면 도청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정보통신부의 지시로 이동통신사들은 기지국에 도청방지 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돼 있다.

별도의 도청 장비를 이용해 휴대전화 사이의 통화를 엿듣는 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공식 입장이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전화는 전파가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바뀌기 때문에 이를 음성신호로 바꿔야 내용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특정한 휴대전화를 도청하려면 안테나가 달린 대형 차량에 여러 명의 전문 인력이 타고 따라다니며 암호를 풀어야 한다.

2003년 팬택&큐리텔이 발표했던 도감청 방지용 ‘비화(秘話)폰’은 암호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게 했던 제품이었으나 시판되지 않았다.

○e메일과 메신저

인터넷에는 타인의 e메일 내용을 엿보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널려 있다. 개인 간 파일공유(P2P)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김영헌(金榮憲) KT 정보보호기술팀 부장은 “일반인이 쓰는 e메일과 메신저는 PC에 특정한 감시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하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막으려면 출처가 불분명한 e메일을 열거나 의심 가는 프로그램은 내려받지 않아야 한다.

기업이나 기관이 사내 네트워크 감시 프로그램을 사용해 사원이나 구성원의 e메일과 메신저 내용을 검열할 수도 있다. 국내 상당수 기업이 직원의 e메일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김기삼 씨는 “정치부 기자들의 노트북PC를 모두 엿보고 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해커 운운했지만 실제로는 기자실이 있는 건물의 중앙 서버 컴퓨터에 특정한 감시 프로그램만 깔면 쉽게 내용을 엿볼 수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대책은 있는가

e메일과 메신저 보안을 위해선 백신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PC를 검사하고 ‘보안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도·감청 탐지업체인 코세스코리아의 백봉현(白奉鉉) 사장은 “건물 전화 단자함에 이상한 물건이 꽂혀 있거나 통화 도중에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거나 쇠를 긁는 소리가 나면 도청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운영하는 지구적 정보감청감시망인 ‘에셜론(Echelon)’은 전 세계의 전화, e메일, 팩스 등 모든 유무선 통신을 도청한다.

국가처럼 거대한 기관이 작정하고 달려들면 개인이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생활이 담긴 정보에 대한 접근 체계와 법적인 틀을 제대로 갖추는 게 더욱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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