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꿈 짓밟는 야생동물…農心 쑥대밭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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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로 한창 바쁜 요즘 농촌에 비상이 걸렸다. 벼, 옥수수, 콩, 감자, 고구마 등 논밭작물이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습격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 농민들은 그물과 보호철책을 쳐놓고 공기로 움직이는 허수아비인 ‘바람돌이’까지 설치하는 등 유해 조수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농가 피해 심각=29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야생동물에 의한 공식적인 농작물 피해액은 206억3600만 원. 2002년 121억3800만 원, 2003년에는 179억5500만 원으로 해마다 피해가 늘고 있다. 전남지역에선 올해 들어서만 100여 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18일 새벽 전남 해남군 송지면 서정마을 용모(51) 씨의 고구마 밭에 멧돼지 떼가 출몰해 8000평 가운데 2000여 평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20∼22일 강원 춘천시 퇴계동 옥수수밭과 논에 멧돼지들이 2, 3차례 몰려와 농작물을 망쳐 놨다.

경남 거창군 북상면 당산마을에서도 최근 농가 5곳의 사과밭이 고라니의 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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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훼손도 잇따라 최근 경북 구미시 장천면 명곡리에서는 멧돼지가 봉분 4기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헤쳐 놓았다.

한라산에선 노루가 애물단지다. 1990년대 이후 노루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밭에 내려와 콩, 팥, 배추 잎을 마구 뜯어먹고 있다. 제주도는 1998년 피해 면적이 107ha였으나 지난해에는 583ha로 5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퇴치에 안간힘=야생동물을 막기 위한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허수아비. 그러나 요즘 야생동물들은 며칠만 지나면 허수아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농작물에 비료포대나 실크 옷 등을 걸어 놓거나 폭죽, 라디오 크게 틀기 등 소리를 이용한 퇴치법도 시도되고 있으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부산 강서구 봉화산 인근 농민들은 멧돼지의 습격을 막기 위해 봉화산 아래에 200m가량 그물을 설치하고 논과 밭에 반짝이 줄을 쳐놓았고, 호두 주산지인 충남 서산시 지곡면 연화리 주민들은 청서가 나무에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나무 밑동에 양철을 씌웠다.

경기 연천군은 이달 말까지 2억7000만 원을 들여 민통선 내 인삼 콩 등 농경지 47ha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철책 39km를 설치할 계획이다.

도심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광고용 ‘바람돌이’도 등장했다. 강원 원주시 호저면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는 최모(60) 씨는 “우렁이를 잡아먹으려고 논으로 몰려드는 오리, 황새 등을 쫓기 위해 최근 바람돌이를 설치했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체 수가 늘어난 탓=환경부는 야생동물 가운데 멧돼지, 고라니, 참새, 까치, 꿩, 멧비둘기, 청서 등 14종을 유해 조수로 지정하고 있다.

유병호(兪炳浩) 국립환경과학원 생태복원과장은 “전국 405개 지점에서 야생동물 서식밀도를 조사해 보니 해마다 개체 수가 늘고 있다”면서 “이는 천적이 점차 사라지고 밀렵과 수렵장 허가건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춘천=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대구=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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