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낮의 길이를 비롯한 외부 환경에 따라 1년 중 특정 시기에 꽃을 피운다. 벚꽃은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봄에, 벼는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가을에 꽃을 피운다.
낮의 길이 변화는 주로 식물의 잎에서 감지되지만 꽃은 줄기나 가지의 끝부분 ‘생장점’에서 핀다. 식물학자들은 이 사실에 근거해 잎에서 만들어진 가상물질이 생장점으로 이동해 꽃이 피도록 할 것이라고 추정했고 이 가상물질을 ‘개화호르몬’이라고 이름 붙였다.
독일 막스플랑크 발달생물학연구소 김민철(35·사진) 연구원은 애기장대라는 식물을 대상으로 낮의 길이를 감지해 잎에서만 발현되는 FT 단백질이 개화호르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내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온라인판 12일자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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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FT·FD 유전자들이 벼나 밀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 성과로 벼나 밀의 개화시기를 조절한다면 재배지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경남 진주시 경상대에서 식물 면역체계의 새로운 경로를 밝히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은 2002년 3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되기도 했다.
그는 9월부터 모교 식물자원환경학부 교수로 임용돼 강의를 하게 된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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