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장 훈]어린이, 입원비보다 외래진료비 감면을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8분


얼마 전 신문에서 6세 미만 어린이의 입원비를 감면하는 정책을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출산장려 대책의 하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나 일선에서 진료하는 소아과 의사로서 생각해 보면 문제점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 6세 미만의 어린이를 병원에 입원시켜 본 경험이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하는 점이 이 정책의 효율성에 의심을 갖게 만든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입원을 시킨 적이 없다. 입원이 이렇게 드문데 입원비 감면이 젊은 엄마들에게 얼마나 출산 동기를 불러일으킬지 의문이다.

어린이들이 자주 병원을 찾는 것은 어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 병치레를 자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질환도 순식간에 중증으로 진행하는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감기의 경우 성인들은 며칠만 견디면 쉽게 낫지만 어린이들은 잘 낫지 않으며 좀 오래 지속되면 폐렴 등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별것 아닌 듯한 질환에도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다.

이렇듯 잔병치레가 많은 어린이의 특성을 생각하면 중증 질환에 대한 지원보다는 연간 8900만 건(2004년 기준)이나 되는 외래진료비를 감면해 주는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아기를 낳으면 진료비를 모두 국가에서 해결해 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성들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매력적인 정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와 같이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이웃 일본은 3세 미만 소아 진료비를 일부 감면해 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에 대한 무료 진료를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고 한다. 또 독일과 대만도 연간 수회 혹은 일정 진료일수에 대해 진료비를 면제해 주고 있다.

어린이에 대한 외래진료비 전액 감면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면 6세 미만 어린이의 본인부담금을 65세 이상 노인과 마찬가지로 현재 3000원의 절반인 1500원으로 낮추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입원비 본인부담금 감면정책에 연간 800억∼1000억 원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6세 미만 어린이의 본인부담금을 반으로 낮추는 것도 약 1300억 원이면 가능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가에서 재원을 들여 어렵게 추진하려는 정책이 가능하면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채택되기를 바란다.

장 훈 소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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