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현장에서/짠 음식 피하면 최소 1억 번다?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허 기자, 내가 1억 원쯤은 쉽게 버는 방법을 가르쳐 줄까요?”

최근 취재 중에 알게 된 유명 소아과 의사의 말이었다. 귀가 솔깃했다.

“허 기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까?”

돈 버는 비법 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평균 수명이라니?

그의 논리는 이랬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0대 중반쯤 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 수명이다. 좋은 음식과 좋은 의료 환경에서 자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100세 이상 사는 사람들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노인으로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지면 만성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과다한 소금섭취’만 없애도 노인이 됐을 때 1억 원 정도의 의료비는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성질환은 환자가 죽을 때까지 돈을 들여야 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웰빙 식품으로 알려진 생선도 한국 사람들처럼 소금을 잔뜩 뿌려서 구워 먹으면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김치나 된장 등도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금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많이 먹었다가는 나트륨을 과다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짠 음식을 먹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릴 때 짜게 먹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짠 음식을 찾는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90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 2000mg의 2.5배에 이른다. 나트륨 2000mg은 소금으로는 5g(2분의 1 큰술 정도)이다.

라면 1개에 2100mg의 나트륨이 들어있고 김치는 10조각(100g)만 먹어도 나트륨 1000mg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이 식약청의 설명이다.

자 어떠한가? ‘짠 음식을 피하라’는 조언보다 ‘짠 음식을 줄이면 1억원을 번다’는 주장이 훨씬 더 가슴에 와 닿지 않는가.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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