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로봇,사람을 닮아야 한다?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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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50년경 어느 주택의 정원. “잔디를 깎는 데 왜 저렇게 사람처럼 생긴 로봇을 쓰지요?” “음, 로봇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으니까. 잔디 깎는 기계를 따로 사는 것보다 로봇에게 다 시키는 게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지.” 아이작 아시모프 소설에 나오는 대화다. 하지만 현재 로봇 수준으로는 아직 먼 얘기다.

현재의 로봇은 그 용도에 맞춰 여러 형태를 갖는 게 가장 경제적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최근 군사용 로봇으로 개발된다고 하는 ‘견마형 로봇’을 보자. 수풀과 험한 지형을 돌아다니며 전투를 해야 하는 로봇은 어떤 형태가 좋을까. 아직 사람처럼 두 다리를 갖는 로봇은 어림도 없다. 개나 말처럼 네 다리를 가진 로봇이 험지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동물의 다리형 외에 자동차의 바퀴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리형은 지면이 불규칙해도 걸을 수 있으나 속도가 느리고 관절이 많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바퀴형은 속도가 빠르고 힘이 적게 든다. 하지만 지면이 불규칙하면 속수무책이다. 요컨대 어떤 지형을 얼마나 빨리 다니느냐에 따라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바퀴 달린 자동차 같은 게 무슨 로봇이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러나 로봇공학 기술이 일부라도 들어가 있는 장치라면 모두 로봇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학계의 견해다. 즉 외부 환경을 오감 센서로 인식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능이 일부라도 있는 기계 장치라면 로봇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로봇은 무한히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 사이에 있는 모하비사막에서 약 300km의 비포장도로를 10시간 만에 달렸다는 무인 자동차, 침대나 의자 또는 벽 속에 숨어서 노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주는 아파트, 외국어를 몰라도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도록 자동 통역해 주는 휴대전화 등. 사람을 닮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면 더욱 재미있는 로봇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강성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센터 책임연구원

kasch@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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