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서른여덟, 그녀의 ‘달’이 지다… 조기 폐경 늘고 있어

  • 입력 2005년 11월 21일 03시 02분


최근 난자의 불법 매매로 사회가 시끄럽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까지 불똥이 튀었을 정도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배란기가 되면 한쪽의 난소에서 한 개의 난자가 배란된다. 그러나 매매를 목적으로 억지로 빼낼 때는 ‘과 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 주사를 맞은 뒤 10∼15개의 난자를 빼내게 된다.

조기 폐경 환자에게는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들은 임신을 하고 싶어도 난자가 없어 좌절하기도 한다. 11월은 폐경의 달이다. 보통 폐경은 50세 전후에 나타나지만 최근 40세 이전에 들이닥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기 폐경 막을 수 없을까=아쉽게도 조기 폐경 징후가 보여도 막을 방법이 없다. 난자의 모세포인 난포가 다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폐경이 되면 예전 상태로 돌릴 수도 없다.

여성은 태어난 후 2주째에 난포의 수가 500만∼600만 개로 가장 많다. 그러나 서서히 감소해 사춘기가 되면 30만 개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이후 월경을 할 때마다 1000개 정도를 꺼내 쓰지만 이 중 실제 성숙난포로 되는 것은 1개이며 나머지 999개는 소멸한다.

조기 폐경의 원인은 다양하다. 터너증후군의 경우 난포가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빨라 조기 폐경이 생길 수 있다. 갑상샘(갑상선) 질환이나 당뇨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도 원인이 된다.

담배는 난소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지금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당장 끊자. 어렸을 때 감염질환을 앓은 경우 조기 폐경이 되기도 하지만 드문 편이다.

▽어떻게 대처할까=조기 폐경이 닥치면 대부분 ‘여성을 상실했다’고 생각해 우울해 한다. 또 얼굴 홍조, 땀, 불면증, 관절염 등과 같은 폐경 증상이 찾아와 고통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폐경(menopause)을 ‘남편(men)에게서 해방(pause)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학자도 많다. 임신과 가정에서 해방돼 제2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병원에서 증상에 따른 치료법을 처방받도록 하자. 38세의 K 씨가 딱 그런 경우다.

K 씨는 3년 전부터 생리주기가 불규칙했고 최근에는 6개월째 생리를 하지 않았다. 2, 3개월 전부터는 얼굴 홍조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K 씨는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조기 폐경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호르몬 치료와 함께 걷기와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권했다. K 씨는 의사의 처방을 따랐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 K 씨는 편안한 상태다.

▽임신, 정말 안 되나=20대 후반에 조기 폐경이 됐을 때 임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5% 정도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배란되지 않은 채로 있던 일부 난포를 호르몬이 자극하기 때문이다.

미리 혈액검사를 받은 뒤 조기 폐경 징후가 있다면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냉동 보관을 하고 있다. 이 경우 보통 3∼5개의 난자를 빼 냉동시킨다. 최근에는 수정을 시킨 배아를 냉동 보관하는 방법도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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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정구 교수,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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