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기증 대가성 논란]‘난자 보상금’이 뭐기에…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3시 09분


코멘트
盧이사장 ‘눈물’21일 서울 강서구 강서미즈메디병원에서 노성일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에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안철민  기자
盧이사장 ‘눈물’
21일 서울 강서구 강서미즈메디병원에서 노성일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에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안철민 기자
황우석(黃禹錫)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당시 난자 기증 여성에게 보상금을 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황 교수의 자체 조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지만 난자 취득 과정을 둘러싼 윤리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향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도 적잖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성일(盧聖一)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21일 “보상금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사전에 기증 동의서를 받았고 당시 법적 윤리적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보상금을 준 것만으로 연구를 단죄하거나 비윤리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난자 기증 여성에 보상금…황우석 교수는 몰랐다”

과학기술부도 이날 “난자 기증 여성에게 보상금을 준 행위는 자발적 기증에 대한 정당한 사례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과정이야 어쨌든 난자 기증의 대가로 150만 원을 지불한 것은 사실상 매매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 이사장은 또 “황 교수는 보상금 지급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지만 의문은 남는다.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황 교수가 난자의 출처에 대해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이 논란은 황 교수의 기자회견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황 교수팀이 2004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할 당시 ‘네이처’지는 “2명의 여성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사실무근이다”라고 해명했고 이들 연구원도 나중에 “영어가 서툴러서 실언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문제로 제기한 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해당 연구에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데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 상사의 강권으로 부하 연구원이 실험에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은 공식적인 절차를 모두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임상윤리심사위원회(IRB)의 박문일(朴文一·한양대 교수) 위원장도 “제출된 자료에 난자 기증 여성 중 황 교수팀 연구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이사장도 이날 연구원 난자 기증에 대해서는 ‘의사 윤리’를 내세우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잇단 인터뷰에서 난자 제공을 했다고 지목받았던 연구원들 모두 “황 교수에게 물어보라”고 말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 역시 황 교수가 밝혀야 할 사안이다.

인제대 의대 의사윤리학교실 강신익(姜信益) 교수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국내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넘기지 말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학 분야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노성일 이사장은…시험관아기-줄기세포 권위자▼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국내 시험관아기 시술 전문의이면서 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권위자이다.

그는 황우석 교수를 만나기 전에 이미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병원에서 불임 치료 후 보관하는 잉여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이 줄기세포를 200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등록했다.

노 이사장, 황 교수, 문신용(文信容·산부인과)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02년 세계 최초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해 손잡았다.

황 교수는 세계 수준의 복제기술 전문가였고, 문 교수는 국내 최초로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한 생식의학의 권위자.

이들은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해 지난해 2월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공동 저자로 논문을 실었다.

올해 5월에는 황 교수와 노 이사장이 환자에게서 직접 얻은 체세포를 사용해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사이언스에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노 이사장은 “20일 황 교수와 만나 윤리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황 교수는 과학자로서의 윤리를 얘기했고, 나는 의사의 윤리를 언급하는 등 입장 차가 분명했다”며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황우석 사단이 아니다”며 “황 교수팀으로부터 어떤 연구비를 받은 적도 없으며, 다만 그의 뜻이 좋아 아무 소리 안 하고 황 교수를 따라갔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