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구원의 난자 제공 의혹=난자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구에 참여 중이던 연구원 2명이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그러나 교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어 거절했다. 2004년 5월 ‘네이처’ 도쿄특파원이 연구원 중 한 명이 난자를 제공했다고 밝혔다면서 확인을 요청해 왔다. 이들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난자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으로서 민감한 사안이므로 공개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당시에 사실을 밝혔어야 했지만 제공자 한 명이 강력히 프라이버시 보호를 요청했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제공된 연구원의 난자 때문에 윤리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 답답해 ‘네이처’지에 사실과 달리 답변했다.
▽미즈메디병원의 난자 제공=2002년 2월 당시 미즈메디병원은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있어 세계적 수준이었으며 불임클리닉 운영을 통해 난자와 관련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난자의 획득도 가능해 이 두 부분을 책임지고 연구팀이 체세포핵이식 분야를 맡기로 분담했다. 노성일 이사장의 이런 기여가 연구에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후일 특허권 지분도 공유하게 된 것이다. 한두 개도 아닌 많은 난자가 병원으로부터 공급되는 상황에서 일부라도 특별한 방법에 의해 조달되지 않겠는가라는 의구심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별문제가 없는 것들이니 연구에만 전념하라는 노 이사장의 말에 더 확인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사용한 난자 중에 노 이사장이 실비 제공에 의해 취득한 난자가 있다는 것은 10월 말 모 방송국이 프로그램 취재 과정에서 전화를 해 알게 됐다.
▽연구에 대한 성원 당부=우리 연구는 단계마다 세계 최초로 진행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눈 덮인 들판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심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법이나 윤리 항목에 깊은 통찰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 나는 윤리와 과학은 인류문명을 이끌어 가는 두 수레바퀴라고 생각한다. 과학연구는 윤리의 테두리 속에서 진행돼야 하겠지만 현실은 앞서가는 과학을 뒷받침하는 윤리규정을 마련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우리 연구도 그런 경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여 냉정하고 신중하게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오늘부터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 직을 비롯한 정부와 사회 각 단체의 모든 겸직(국가과학기술위원 등 대략 16개의 직책)을 사퇴한다. 연구직까지 사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동안 보내준 성원과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오로지 순수한 과학도의 길만 걸어가겠다.
▼일문일답▼
―노성일 이사장에게 40%의 지분을 준 이유는 무엇인가.
“줄기세포 연구에는 세 가지 축이 있다. 가장 귀중한 실험재료인 난자 공급, 난자와 환자의 세포를 이용한 체세포핵이식, 복제된 배아를 줄기세포로 배양하는 기술이다. 이 중 첫째와 셋째를 노 이사장 연구팀이 전담했다. 당연히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50%를 먼저 제의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서울대가 국립 기관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40%로 줄여 줄 것을 부탁했다.”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와의 관계는 복원되는가.
“섀튼 교수는 연구의 흐름을 잘 잡아줬고 결과를 잘 해석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논문으로 만드는 데도 견인차가 된 인물이다. 그분의 국제 네트워크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 정확한 이유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불가피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일이 해결되면 우정을 되찾고 미래를 위한 발전적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현재는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노 이사장이 많은 난자를 공급할 때 출처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나.
“솔직히 어떤 경로로 왔을까라고 의아하게 생각하기는 했다. 그러나 나는 의사가 아니다. 난자 채취 과정에 관여하거나 참여할 수 없다. 또 난자 채취기관과 실험기관은 엄격하게 분리하도록 규정이 돼 있다. 난자 출처에 대해 물어봐서도 안 된다. 노 이사장은 의사직무수행 중 얻게 된 환자의 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세계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황 교수의 지도적 역할은 어떻게 되나.
“현재의 위치에 오른 것은 우연에 의해서 단시간에 얻어진 결과도 아니고 운 좋게 떨어진 열매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연구팀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전 6시 5분부터 연구실에 모여 정성을 다한 결과다. 세계의 전문가들이 탄성을 내지를 때 나는 ‘우리 대한민국도 해낼 수 있구나’하는 민족적 자신감을 맛봤다. 당시엔 눈앞의 연구와 성취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 한 템포를 늦춰가더라도 국제적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소중한 진리를 성찰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오늘과 같은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 해도 어렵사리 개발한 이 기술이 원점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의지와 힘을 보태서 이 기술을 좀더 발전시킨다면 대한민국이 지도자의 위치에 다시 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연구원이 ‘네이처’ 기자에게 이미 다 말했는데 프라이버시 때문에 숨겼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데….
“연구원은 ‘네이처’ 기자와 전화를 할 때 난자를 제공하는 게 윤리적으로 어긋난다는 것 자체를 전혀 몰랐다고 했다. 사실 나도 몰랐다. 이 자리에 앉아있는 의대 교수들도 있지만 헬싱키 선언이 있다는 것도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근년에야 알았다. 당시를 생각하면 내가 만약 여성이었다면 내 난자를 뽑아서 실험하고 싶을 정도였다. 연구원은 ‘네이처’ 기자가 나중에 자꾸 꼬치꼬치 묻기에 ‘혹시 윤리적 문제로 비화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인했다고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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