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제작진 “줄기세포 가짜라고 단정한건 아니다”

PD수첩 제작진 기자회견
MBC ‘PD수첩’ 최승호 책임PD(왼쪽)와 한학수 PD가 2일 서울 여의도 MBC경영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이날 “아직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가짜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2차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영대 기자

MBC PD수첩 취재진이 2일 기자회견을 하고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의혹에 대한 취재 내용을 공개했으나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취재팀은 “황 교수팀에서 받은 줄기세포 5개에 대해 1차 검증을 해 보니 논문과 다르다는 것이지 아직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가짜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팀은 “하나만 정확하게 나왔다고 해서 검사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진실 규명을 위해 2차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호 책임PD는 PD수첩의 후속 방영일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사기관 두 곳, 한 곳에선 DNA 전혀 검출 못해=이날 PD수첩 제작진이 밝힌 내용을 통해 새롭게 확인된 것은 두 기관에서 세 차례 줄기세포 DNA 분석을 실시했으나 매번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

전문가들은 15개 세포(줄기세포 체세포 바탕영양세포 각 1개씩 5쌍)의 DNA 검사 중 1개의 줄기세포에서만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샘플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PD수첩 측은 “황 교수 측이 우리에게 엉뚱한 시료를 준 것이 아닌 한 검사과정과 결과는 믿을 수 있다는 것이 법의학자들의 소견”이라고 주장했다.

PD수첩은 또 1999년 황 교수가 복제한 젖소 ‘영롱이’와 어미소의 체세포를 넘겨받아 양자의 DNA가 일치하는지 감식기관에 검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 제작진이 확보한 증거=PD수첩은 황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을 게재한 사이언스지 도널드 케네디 편집장과 한 인터뷰를 공개하며 사이언스가 황 교수 팀이 논문에서 제시한 줄기세포와 체세포 DNA의 일치를 직접 검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사이언스는 황 교수 측이 보낸 자료와 사진을 보고 문서 검증을 했다는 것. 사이언스에 게재된 줄기세포 DNA를 검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직접 세포에서 추출해서 DNA를 검사하진 않았다고 취재진은 주장했다.

PD수첩팀은 “국제 과학계에서 0%의 신뢰도를 갖고 있는 MBC를 사이언스보다 더 믿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외국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사이언스가 하지 않은 실험을 해 논문과 다른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왜 했나=이날 회견에는 국내외 기자 15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지만 내용은 대부분 이미 다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PD수첩 측은 회견을 시작하면서 “DNA 검증에 대한 질문만 받겠다”고 제한했다. 이에 따라 PD수첩 측이 ‘중대한 증언’을 들었다고 주장해 온 피츠버그대 연구원으로 파견돼 있는 황 교수팀의 K, P 씨 증언의 신빙성 등에 관한 질의응답은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검사의 신뢰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아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많은 기자는 “PD수첩이 취재한 내용을 직접 방송을 통해 공개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송하지 않은 채 이미 알려진 내용을 반복 설명한 것 자체가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