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인 GPS가 갑자기 정보 제공을 중단한다는 가정 아래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현재 전 세계는 GPS의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갈릴레오라는 또 다른 위성항법시스템이 준비되고 있다. 갈릴레오 프로젝트에는 한국도 참여키로 결정한 상태이다.
○ 다리 놓을 때도 GPS 사용
1973년 미국 국방부에서 인공위성의 무선신호로 전투기나 탱크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목표물에 정확히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논의됐다.
1989∼1994년 총 24기의 위성이 고도 2만200km에 올라감으로써 GPS라는 위성항법시스템이 탄생했다. 실제 GPS 수신기가 장착된 폭탄의 위력은 2차례 이라크전쟁에서 증명됐다.
현재 GPS는 실생활 곳곳에 파고들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GPS를 이용한 차량항법장치다. 또 휴대전화의 인기 서비스인 ‘친구 찾기’나 ‘위치 추적’ 서비스에도 GPS가 사용된다.
다리 놓을 때도 유용하다. 아치교 형태인 서강대교를 건설할 때 1996년 공사 마지막 단계에서 아치구조물을 정확한 위치에 올려놓는 데 GPS 장비를 사용했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공학과 장영근 교수는 “GPS 기반의 이착륙시스템을 이용하면 10cm 정도의 위치 정밀도가 가능해 항공기를 수시로 이착륙시킬 수 있다”며 “현재 미국 테네시 주의 멤피스 공항 등 몇 군데서 시범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 오차 1m… 위성 30개 발사 2008년부터 서비스
2000년 미 국방부는 GPS의 정밀도를 제한하던 조치를 해제했다. 그 덕분에 일반에게 무상으로 공급되는 위치 정보는 정밀도가 100m급에서 10m급으로 높아졌다. 목표물의 위치를 10m 오차범위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은 필요에 따라 지역적으로 정밀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언제든지 GPS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사태에 대비한 위성항법시스템이 EU를 중심으로 중국 이스라엘 등이 참여하는 갈릴레오 시스템이다. 2008년까지 30개의 위성을 고도 2만3600km에 발사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첫 시험위성은 이달 말 발사된다.
갈릴레오는 상업용 서비스가 기본인 만큼 정밀도 1m급의 위치 정보를 보장한다. 또 GPS보다 신호구조가 개선돼 실내에 있는 사람의 위치도 잡아낼 수 있다.
GPS와 갈릴레오가 힘을 합하면 더욱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GPS는 도심에서 대형건물 같은 장애물 때문에 사용 지역의 55%에서만 목표물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충남대 전자공학과 이상정 교수는 “갈릴레오 시스템이 GPS와 함께 쓰이면 인공위성의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되므로 도심에서도 95% 이상의 지역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도 참여… 가입비 64억8000만 원
한국은 갈릴레오 시스템에 참여하기 위해 올 3월 말 EU에 공식 참여의향서를 보냈고 현재 EU와 협상 중이다. 가입비로 요구되는 500만 유로(약 64억8000만 원)는 내년 예산에 포함돼 국회에서 심사 중이다. 갈릴레오 시스템을 포함한 국가위성항법시스템 종합발전계획은 다음 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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