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한국매체 인용 ‘조작-논문철회’ 긴급타전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1시 28분


AP, AFP,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15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연구에 일부 조작이 있었고 5월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의 철회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황우석 파문’을 긴급 타전했다. 이들은 한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AP통신은 “황 교수팀에 난자를 제공했던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이 이날 황 교수가 그동안 자신이 생산한 줄기세포의 대부분이 ‘조작됐음(faked)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황 교수와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황 교수팀 연구원들도 즉각적인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황 교수가 이날 오전 자신이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노 이사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 언론 매체들이 5월 사이언스 논문에 언급된 배아줄기세포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판명돼 황 교수가 논문 철회에 동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황 교수는 한국에서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아왔으나 세계 최초라는 연구 성과가 허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황 교수팀의 연구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을 관심 있게 보도한 중국 언론들도 ‘한국 배아줄기세포 복제의 아버지’인 황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 중에 속임수를 썼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국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국제방송 인터넷판은 이날 밤 황 교수가 자신의 줄기세포연구에 관한 논문을 실은 사이언스 측에 해당 논문의 철회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 인터넷판과 뉴스 포털 사이트인 시나(新浪)도 이 같은 국제방송의 보도를 재인용했으나 아무런 논평 없이 간략하게 사실만 전했다.

중국 언론은 그동안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을 관심 있게 보도해 왔다.

노 이사장의 황 교수 논문 관련 발언으로 인해 세계 과학계가 황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해 총체적인 불신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황 교수 파문에 앞서 이미 일부 과학자가 황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대해서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권위 있는 과학 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14일(현지 시간) “일부 과학자는 황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유전자(DNA) 지문검사 데이터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ACT의 복제연구팀장 로버트 란자 박사의 말을 인용해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DNA 지문분석 결과에는 인위적으로 이미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DNA 지문분석 전문가인 레슬리 존슨 박사도 “연구결과를 보면 원본 데이터 크기를 조정했을지도 모르는 흔적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만약 연구원이 원본 데이터 이미지에 조작을 가했다면 이에 대한 정보를 논문에 정확히 명시해야 하는데 황 교수의 논문은 아주 간단하게 데이터를 생산한 기기만을 언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이언스 측은 15일 오전(현지 시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뉴스는 봤다. 놀랍다”면서 “하지만 황 교수 측이 논문 철회를 요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며 논평을 낼지 논의 중이다”라고 답했다.

김선종 연구원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접촉이 되지 않았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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