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표정=조사위가 황 교수팀 논문 검증 조사에 착수한 이틀째인 이날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수의대 건물에 대한 통제는 더욱 심해졌다.
조사위는 이날 출입카드를 가져오지 않은 학생까지 통제하는 등 오전 6시부터 수의대 건물을 통제했다. 또 기자들의 사진 촬영을 막기 위해 조사위원들이 모여 있는 5층 회의실 창문마저 신문지로 가리는 등 보안에 철저히 신경을 썼다.
일부 수의대 학생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승합차를 타고 수의대에 도착한 황 교수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수의대 건물 6층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조사가 시작된 것은 조사위원들이 도착한 오전 10시경. 전날과 달리 조사위원들은 개별적으로 수의대 건물로 들어갔다. 이후 황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5층과 6층을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고심=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은 조사위원회와 관련된 학칙은 없지만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권한을 행사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정명희(鄭明熙) 조사위원장에게 거듭 당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의 한 교수는 “이번 검증은 단순히 황 교수 개인의 연구 성과에 대한 것이 아니다”면서 “서울대에 논문 검증 능력이 있는지를 세계 과학계에 보여 주는 일로서 한국 과학계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하는 첫 조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사위의 이번 조치는 외국 사례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도가 높다”면서 “예비조사 없이 곧바로 본조사로 들어간 것에서도 조사위의 급박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또 검증 결과에 대해 국민과 세계 과학계가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서울대 내에서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세포분화를 연구하는 자연대 15명 안팎의 소장파 교수는 현재 2005년 사이언스 논문뿐 아니라 복제 개(스너피)를 포함한 황 교수팀의 다른 연구 성과에 대해서도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사위의 조사가 2005년 논문뿐만 아니라 황 교수팀의 다른 논문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 국내 학자가 아니라 외국 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 조사위의 활동 범위 및 기간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