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베들레헴의 별’은 혜성? 행성?

  • 입력 2005년 12월 23일 03시 04분


매년 이맘때면 동방박사들을 베들레헴의 예수가 탄생한 곳으로 안내한 별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난다. ‘베들레헴의 별’이라는 이 별의 정체를 밝히려고 천문학자들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예수의 탄생 연도를 알아야 한다. 성경에는 예수가 탄생한 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대부분의 학자는 예수가 태어난 때를 기원전 7년에서 2년 사이로 보고 있다.

‘베들레헴의 별’에 대한 천문학적인 설명으로는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가 밝은 혜성이다. 혜성은 태양계의 외곽으로부터 태양의 인력에 끌려들어 와 긴 꼬리를 만든 후 태양을 한 바퀴 돌아 멀리 사라지는 천체다. 잘 알려진 핼리혜성도 기원전 11년 8월과 9월 사이에 나타났지만 시기가 맞지 않는다.

두 번째 가능성은 신성이나 초신성이다. 이 별들은 죽어가는 단계에서 갑자기 밝아져 한동안 계속 밝게 빛을 내는데 초신성이 신성보다 훨씬 더 밝다. 초신성은 아주 드물게 나타나지만, 신성은 20∼30년에 하나 정도가 맨눈에 보인다. 중국 기록에는 기원전 5년 봄에 염소자리에 신성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으나 이 별은 전혀 밝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2개 이상의 행성이 근접하는 경우다. 2개의 행성이 나란히 보이면 밝은 별이 새로 나타난 것처럼 관찰될 수 있다. 기원전 7년에서 2년 사이에 이런 현상이 여러 번 있었다. 기원전 7년에는 목성과 토성이 물고기자리에서 3회 근접했다. 첫 번째 근접 때 동방박사들이 이 별을 보고 예루살렘을 향했고, 마지막 근접 때 예수가 탄생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또 다른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기원전 3년 8월 사자자리에서 목성과 금성이 근접했다가 금성은 사라지고 목성은 계속 남아있었다. 동방박사들이 이것을 보고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법한 10개월 후인 기원전 2년 6월에는 목성이 사라지고 금성이 그 위치에 새로 보였다. 목성과 금성이 당시에는 같은 것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

‘베들레헴의 별’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과학이 밝혀낼 수 없는 신비인지도 모르겠다.

민영기 초대 국립천문대장 전 경희대 교수 ymin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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