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람의 망막에는 빨강(R), 녹색(G), 파랑(B)에 해당하는 가시광선을 인식하는 원추세포라는 시신경이 분포돼 있다. 우리가 인식하는 색깔은 세 종류의 원추세포에 흡수되는 빛의 상대적인 세기에 의해 결정된다.
컬러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빨강 녹색 파랑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온갖 색깔을 만들어내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
햇빛이나 전구에서 나오는 백색광에는 모든 파장의 가시광선이 고르게 섞여 있다. 그런 백색광을 물체에 쪼여주면 물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특성에 따라서 특정한 파장의 빛은 흡수되고 나머지는 반사된다.
모든 파장의 가시광선을 흡수하면 검은색이 되고, 모두 반사시키면 흰색이 된다. 나뭇잎이 녹색인 것은 엽록소(클로로필)가 광합성에 필요한 빨강과 파랑을 흡수하고 녹색은 반사시키기 때문이다.
분자들이 특정한 파장의 가시광선만 흡수하는 이유는? 분자를 구성하는 전자들의 별난 특성 때문이다. 20세기 초에 밝혀진 양자역학에 따르면 분자의 종류에 따라 원자핵 주변에 흩어져 있는 전자들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와 분포 모양이 정해진다. 분자들의 색깔은 전자들이 어떤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가에 의해 미리부터 정해지는 셈이다.
컬러 텔레비전, 휴대용 전화기, 광고판의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발광다이오드(LED)가 바로 그런 장치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총천연색은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작은 전자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duckhwa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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