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품 블로그’는 어디에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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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12월 29일 중국 신징(新京)보의 편집국장과 부국장 등 간부 3명을 정부가 해고하자 기자 300여 명이 중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파업을 벌였다. 중국의 인기 블로거인 안티(安替)는 즉시 자신의 블로그에 “(정부의 탄압에 대항해) 신문 구독을 끊어라”며 “우리는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돼지가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정부는 부국장 2명을 다시 복귀시키는 선에서 파업을 막았다. 안티의 블로그는 하루 이용자만 수만 명에 이른다.

#2 2005년 미국 CBS의 간판 앵커인 댄 래더가 사임했다. 프로그램 ‘60분’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군 복무 태도가 불량했다고 폭로하는 데 근거로 제시한 문서가 허위로 밝혀졌기 때문. 보도의 허점을 밝히는 데는 ‘벅헤드’라는 블로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문서에 1970년대 타자기에는 사용되지 않았던 글자체가 있는 점을 들어 허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것이 다른 블로그를 통해 번지면서 진위 논란이 확산됐고 결국 CBS는 굴복했다. 》

▽블로그여, 사회에 기여하라=한국의 블로그는 싸이월드를 합쳐 약 2300만 개. 미국 블로그는 약 1400만 개, 중국은 약 1300만 개로 추정된다. 숫자만 막대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상의 개인 일기에서 출발한 블로그는 이제 사회에 주요 이슈를 제기해 정책에 영향을 미칠 만큼 반향을 부르는 의제설정 매체가 되고 있다.

최근 영미권의 언론학계를 중심으로 블로그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에선 유명 블로거와 포털사이트 운영사, 대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소셜 미디어를 주제로 대규모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로서의 블로그는 신변잡기적 내용에서 벗어나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각 블로거가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버드대 버크먼 연구소의 데이비드 와인버거 박사는 “소셜 미디어로서의 블로그란 새롭게 연결된 세계를 뜻하고 자신의 지식을 사회화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개인 미디어인 블로그의 소셜 미디어로의 진화는 9·11테러 이후 본격화됐다. 2004년 미국 대선, 남아시아 지진해일과 2005년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 등 굵직한 사건의 발생과 블로그의 사회적 역할은 비례적으로 커졌다.

소셜 미디어로서 기능하는 대표적인 예는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름의 시각과 해석을 통해 사안의 본질을 전달하는 블로그들. 미국 사회 보수지식인들의 시각을 알고 싶다면 미국 테네시대 법학과 글렌 레이놀즈 교수가 운영하는 블로그 ‘인스타펀디트’(instapundit.com)를, 뉴욕 월가의 정보나 기업 주식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보고 싶다면 헤지펀드인 램파트너스의 제프 매튜스 대표가 운영하는 블로그(jeffmatthewsisnotmakingthisup.blogspot.com)를 찾으면 된다.

▽소셜 미디어의 진화=소셜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주류 언론과 일부 대기업이 블로그를 껴안으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블로그도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상호 연대해 블로그의 통합을 이뤄내고 있다.

AOL-타임워너가 지난해 10월 제이슨 칼라카니스 씨의 블로그 ‘윈(WIN)’을 인수해 주류 미디어의 블로그 인수 현상을 보여 줬다.

블로그끼리의 합종연횡은 이르나 에이 리스트(A-List)로 불리는 유명 블로거들을 모아 놓은 코란테(www.corante.com) 등이 대표적이다.

또 맥도널드사는 패스트푸드 중독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전략적 로드맵을 짜고 있다.

▽‘악플’과 소셜 미디어의 상관관계=인터넷 강국인 한국 블로그의 경우 소셜 미디어로의 진화가 무척 더딘 편이다. 네이버나 싸이월드의 인기 10위권 이내의 블로그들은 주로 요리, 몸매 가꾸기, 쇼핑몰 등 신변잡기나 생활정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블로그 문화는 개인주의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김사승(언론홍보학과) 숭실대 교수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사회적 현상과 결부시켜 블로그에 내는 것을 꺼리는 현상은 이성적인 공론이 형성되기도 전에 이른바 악플(악성 댓글) 등의 극성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인터넷 문화의 성숙이 소셜 미디어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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