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조사委 ‘황우석 검증 26일’ 막전막후

  • 입력 200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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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원들의 믿음을 무너뜨린 것이 가장 미안했다.”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석좌교수팀의 연구 성과를 검증하기 위해 26일간 대장정을 벌였던 서울대 조사위원회 위원들은 11일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황 교수 연구실을 전격 폐쇄하고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 “한편으로 부담을 덜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더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진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연구원도 “모두 가짜라니…” 경악

▽감쪽같이 속은 연구원=한 조사위원은 “대다수 연구원이 조사위의 최종발표 때까지도 줄기세포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며 “줄기세포와 체세포의 유전자(DNA) 지문이 다르다는 조사 결과를 들은 연구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MBC PD수첩 제보자로 알려진 A 씨도 “몇 차례 DNA 분석을 의뢰했고 그때마다 결과가 일치했다”면서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가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는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조사위원은 “논문 조작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 피해는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연구원들에게까지 미쳤다”면서 “조사가 연구원의 노력과 믿음을 깨는 것 같아 마음이 괴로웠다”고 말했다.

○컴퓨터 일부자료 누군가 삭제… 간신히 복구

▽‘연구실 맞아?’=조사위원들은 연구실에 실험기록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조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 조사위원은 “실험일지는 메모 수준에 불과해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면서 “이 때문에 관련자의 진술과 일일이 대조해 실험일지를 해독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조사위원은 “아예 실험기록이 없는 경우도 있어 제대로 된 실험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연구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던 자료가 이미 삭제된 경우도 있었다. 황 교수팀 가운데 누군가가 일부러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자료를 삭제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조사위는 서울대 중앙전산원 소속 전문가 3명을 동원해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었던 데이터를 겨우 되살려 냈다.

○黃교수 ‘처녀생식’ 학문적 가치 잘 몰랐다

▽황 교수도 모른 줄기세포=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낸 것은 조사위원들의 과학적 호기심이었다. 정체불명인 이 줄기세포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과학적인 분석이 이뤄졌다.

한 조사위원은 “처녀생식에 의한 줄기세포 확립도 학계에서는 주목할 만한 내용임에도 황 교수팀이 이에 대한 학문적 가치를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팀이 이 1번 줄기세포를 제대로 연구했다면 처녀생식 줄기세포만으로도 네이처 사이언스 등 유명 과학 잡지에 논문을 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에 대한 불만=한 조사위원은 “황 교수가 ‘진실을 밝혀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조사위원은 “황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샘플의 소재지를 말해 놓고도 그 샘플이 훼손됐다는 식으로 말해 샘플 분석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리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조사위원들은 황 교수의 진술보다는 자료에 의한 검증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조사” 鄭총장이 힘실어줘

▽철통 보안=한 조사위원은 “매일 오전 6, 7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조사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보안을 유지하는 일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조사위원들은 매일 승합차를 바꿔 가며 출퇴근했으며 조사 대상자들 역시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치밀한 계획으로 서울대 수의대로 들어가며 취재진을 따돌렸다.

▽정운찬 총장의 막후 역할=한 조사위원은 “조사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이 막후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조사위가 발족하자 “조사위는 독립기구”라며 힘을 실어준 뒤 “검증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한다”고 말해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2005년 논문 줄기세포 5개의 DNA가 일치한다’고 보도하자 중간발표를 통해 혼란을 즉각 차단하도록 했다.

정 총장은 황 교수 지지자의 전화, e메일 협박이 있자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기도 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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