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봇 ‘휴보’ 몸통에 다양한 표정을 짓는 과학자 아인슈타인 얼굴을 덧붙인 희한한 모습이었다. 국내에 ‘안드로이드’라는 새로운 로봇을 소개한 사건으로 생각된다.
이제까지 로봇기술은 유연한 동작과 고지능화에 집중됐다. 고지능화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로봇의 움직임은 인간처럼 유연해졌다. 사람의 로봇춤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하지만 인간과 비교해 로봇이 가장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 바로 감정 표현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주인공은 로봇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얼굴 표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이런 어색한 표정도 조만간 사라질 것 같다. 머지않아 인간과 유사한 행동과 표정을 갖는 로봇 ‘안드로이드’가 등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감정 표현과 얼굴 표정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과 일본 대학들에서 단편적으로 연구해 왔는데 지난해에 재미있는 결과가 두 차례 선보였다.
우선 일본 엑스포에서 손님 접대하는 ‘액트로이드’ 로봇이 있었다. 실리콘 고무로 살아있는 사람 얼굴처럼 만들고 눈을 깜박이고 물어보는 질문에 센스 있는 대답도 했다. 또 숨쉴 때 나타나는 어깨와 몸의 섬세한 변화도 공기압을 이용해 표현하고자 했다. 단지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동양인처럼 얼굴 표정은 딱딱했다.
반면 미국 공학자 데이비드 핸슨은 인간 근육처럼 전기반응에 따라 변형하는 고분자를 사용해 훨씬 다양하게 사람 얼굴 표정을 재현했다. ‘앨버트 휴보’ 로봇에도 이 기술이 접목됐다. 전기반응 고분자기술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데 드디어 ‘안드로이드’ 로봇에도 적용된 것이다.
사람과 대화하고 같이 생활하는 홈로봇이나 서비스로봇이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표정을 갖게 돼 감정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우리의 기분은 어떨까. 친구로 착각하거나 공포감까지 느끼는 식으로 로봇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다.
박종오 교수 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 jop@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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