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건강찾기]<1>비만

  • 입력 2006년 1월 16일 03시 17분


《대다수의 직장인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낸다. 당연히 직장에서의 행복은 개인의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동시에 직장에서의 생활습관은 개인의 건강과 직결된다. 가령 잘못된 회식문화는 틀림없이 비만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동아일보와 서울아산병원은 직장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질병을 선정하여 실제 사례를 통해 그 원인과 해법을 찾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제약회사 영업부에 근무하는 정세현(31·인천 남동구 만수동) 씨는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숨이 가쁘다. 비만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65kg이었는데…. 5년 전 입사 시에는 80kg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93.3kg이다.

정 씨의 새해 계획은 살 빼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만한지를 알아야 한다.

9일 정 씨는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비만과 관련된 검사를 받았다. 기초체력과 체성분 검사, 근력과 운동부하검사, 내장형비만 여부를 알기 위한 복부컴퓨터단층촬영(FAT-CT)검사, 식습관을 알기 위한 영양상담을 2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CT검사로 복부-내장형비만 여부 알 수 있어

이틀 뒤인 11일 정 씨는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를 만났다. 진 교수가 먼저 검사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CT검사 결과 복부비만과 내장형비만이 혼합된 복합비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체지방량이 28.6kg으로 정상치보다 17kg이 초과된 상태입니다. 또 몸은 큰 반면 상체 근력이 많이 약합니다. 평소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한 게 그 때문이죠.”(진 교수)

“….”(정 씨)

“평소 운동은 하시나요?”(진 교수)

“회사 체육대회 때 달리기 하는 것과 부서 산행이 전부입니다.”(정 씨)

“회식은 많나요?”(진 교수)

“영업부서 특성상 술 접대가 잦고 회식이 많아요. 1주일에 2, 3회는 술을 먹는 것 같아요.”(정 씨)

정 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과 회식을 자주 하고 운동을 거의 안 해 비만이 악화된 것으로 진단됐다. 정 씨의 평소 식습관도 또 다른 원인.

“쉬는 날에도 식사 중간에 간식을 자주 먹고 푸짐한 외식을 즐기는 편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주스에 사탕 2, 3개를 녹여 먹습니다.”(정 씨)

평소 정 씨는 영업 업무 때문에 많이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래서 자신은 운동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진 교수의 설명은 달랐다.

“살을 빼려면 최대 심박수에서 20분 이상 지속적인 운동을 해야 효과가 있어요. 평소 걷기나 계단 오르기를 자주 해도 한 번에 20분 이상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지방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거죠.”

○운동 시작 후 혈압 높아지면 심장 진단을

정 씨는 30대 초반인데도 비만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

운동부하검사에서 고혈압 증세가 보였다. 운동 전 혈압은 133/94mmHg로 이미 높은 편.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자 혈압이 182/110mmHg까지 높아졌다. 보통 이완기(최저)혈압은 운동을 시작하면 평균치를 유지하거나 떨어지는 게 정상. 그런데 정 씨는 이완기혈압까지 올라간 것. 진 교수는 정 씨에게 심장내과 정밀 진단을 권했다.

정 씨는 이번 검사에서 내장형비만으로 판정됐다. 보통 내장형비만의 경우 지방간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소화기내과에서 정밀검사를 받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한 줄은 몰랐어요.”(정 씨)

“유산소운동을 해야 합니다.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 헬스클럽에 다니는 겁니다. 업무 특성상 저녁시간대는 어려울 테니 새벽에 직장 근처에 있는 헬스클럽에 다니세요.”(진 교수)

“힘들겠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정 씨)

30분간의 진료는 운동처방과 함께 끝났다. 정 씨는 3개월 후 다시 진 교수를 찾아 중간점검을 하기로 했다. 정 씨는 그때까지 수십 kg을 빼겠다는 욕심은 없다. 살 빼기는 언제나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전문가 진단▼

체중을 줄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누구나 체지방과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완전 단식이나 초저열량 식이요법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이뇨작용과 전해질 배설작용을 일으킬 뿐이다. 오히려 체내 대사율을 떨어뜨려 나중에는 다이어트 효과가 거의 없게 돼 조금만 먹어도 급격하게 살이 찌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빈혈, 뼈엉성증(골다공증), 근육위축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의 몸은 크게 지방과 지방을 제외한 ‘제지방’으로 볼 수 있다. 제지방에는 근육과 뼈, 뇌, 장기 등 모든 부분이 포함되며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보통 체중이 감소하면 지방과 제지방 모두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살이 다시 찔 때는 거의 대부분 지방만 증가한다. 제지방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체중 감량과 요요현상이 3, 4회 반복되면 몸 안에 있던 제지방의 상당수가 지방으로 바뀌게 된다. 반복적인 다이어트 실패가 좋지 않은 이유다.

요즘 복부비만이 늘면서 뱃살만 빼는 방법을 묻는 환자가 많아졌다. 어떤 환자는 “매회 5분씩, 하루에 5회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데 뱃살이 안 빠진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운동은 신체 일부분의 지방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꾸준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최소한 20분 이상 하되 강도를 지나치게 강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게 하면 탄수화물 소모량이 많아져서 운동 후에 배고픔을 느끼고 결국 음식을 찾음으로써 체중조절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낮은 강도로 장시간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기기 쉬운 질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경험담, 참여를 기다립니다. health@donga.com으로 보내주십시오. 다음 순서는 ‘어깨통증’입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