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승 교수의 미디어 월드]인터넷 ‘2.0버전’ 변신

  • 입력 2006년 1월 18일 03시 03분


올해 주목해야 할 단어 중 하나가 ‘버전 2.0’이다. ‘미디어 2.0’, ‘웹 2.0’, ‘저널리즘 2.0’ 등의 말을 자주 듣게 될 것이다. 디지털 지대에 들어서지도 못한 구체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디지털 선도 세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인터넷이 주도한 디지털혁명 10년의 성과를 ‘짜게’ 평가해 보자. 세상을 뒤바꿔 놓은 것 같지만 사실은 주류미디어로 불리는 기존 시스템의 방향 수정을 이끌어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나 CNN의 인터넷판인 ‘nytimes.com’ ‘cnn.com’ 등이 그 결과들이다.

이들은 대광고주, 수동적 수용자를 기반으로 ‘내가 다 이야기해 줄게’ 식의 일방적 아날로그 패러다임에서 조금 벗어나긴 했다. 그러나 인터랙티브라는 이름으로 해놓은 것은 ‘내가 해준 이야기에 대해 네 생각은 어떤지 말해 줄래’에 불과하다. ‘포럼’이나 ‘의견’ 등이 그런 장치다. 결국 ‘네 이야기 듣고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는 것에 불과하다. 생산자 중심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특정 기사와 연계되는 맥락 광고 등 자잘한 광고들을 싣고 있지만 여전히 대광고주에 매달리고 있다. 수용자(독자)에 대해서도 잘해야 ‘의견을 제시하는 그룹’ 정도이고 대부분은 수동적 소비자로 이해한다. 현재 주류미디어들이 당도한 지점이 여기라고 보면 된다.

순수 디지털 종자인 구글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주류미디어 코스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버전 ‘2.0’은 이 1차 혁명에서 번데기로 있다가 막 성체가 되는 새로운 디지털이다. 1차 혁명기에 살아남은 주류미디어나 이 시기의 주인공인 포털과도 다르다. ‘같이 이야기해 보자’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이고 서로 수정하면서 논리를 구축해 가는 ‘위키피디어’가 대표적이다. 주류미디어의 인터랙티브 활용이 참여미디어적 성격을 갖는다면 이는 협력미디어이다. ‘참여’가 생산자에 대한 종속적 능동성이라면 ‘협력’은 일방적 생산자를 부정하고 스스로 생산자가 되는 주체적 능동성이다. 여기서도 수동적 수용자는 존재하지만 공동생산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버전 2.0의 시장은 대광고주가 아닌 파편화된 타깃 광고로 구성된다.

학술정보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영국 ‘탈리스’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웹 2.0을 비롯한 버전 2.0은 전 지구적 연계와 테크놀로지의 표준화 때문에 이루어진다.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일을 낸다는 것이다. 테크놀로지 자체가 아니라 이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변화를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버전 2.0은 이런 점에서 공동체 커뮤니케이션의 복원이다. 버전 2.0을 ‘소셜 미디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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