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는 검찰이 섀튼 교수의 논문 조작 개입 정황을 파악한 것과는 어긋나는 것으로, 피츠버그대가 섀튼 교수를 감싸기 위해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과학적 부정행위 없었다”=피츠버그대가 지난해 말 출범시킨 연구진실성위원회는 10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소 문제는 있으나 과학적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9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섀튼 교수가 고의적인 논문 위조나 데이터 조작 등 과학적 부정행위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황 교수의 잘못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검찰의 수사 상황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검찰은 섀튼 교수가 2004,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작성하면서 한국에 보낸 e메일 등에서 데이터를 부풀리는 등 논문 조작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은 섀튼 교수가 국내 입국을 거부함에 따라 그에 대한 서면조사를 추진 중이다.
검찰은 섀튼 교수가 논문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논문 조작에 깊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피츠버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섀튼 교수가 공동연구를 통한 노벨상 수상을 염두에 두고 황 교수를 미국과학원의 외국인 회원으로 지명했고, 2005년 논문 발표 이후 황 교수에게서 4만 달러(약 4000만 원)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섀튼 교수가 부주의하거나 말을 바꾼 몇 가지 사례를 발표했다.
섀튼 교수는 지난해 3월 연구논문 초안의 서문을 사이언스에 제출할 때 “25명의 공동저자 모두가 읽고 서명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그러나 초안을 읽은 공동 저자는 극소수였다.
섀튼 교수는 또 대학의 조사과정에서 말을 바꾸는 등 부정직한 태도를 보인 점도 확인됐다. 그는 △“논문을 대부분 썼다”(피츠버그대 조사)고 했다가 “난 관여하지 않았다”(서울대 조사)고 했고 △“(황 교수보다) 논문의 상위 저자가 되는 것을 주저했다”고 말했다가 “상위 저자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역할만 하는 2명의 ‘교신(交信)저자’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말을 바꿨다.
▽“황 교수와 차별 논란”=피츠버그대 조사 결과는 ‘섀튼 교수는 황 교수 연구팀의 논문 조작을 알지 못했으며, 개입하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황 교수에게 속았을 수 있지만 섀튼 교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 피츠버그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섀튼 교수에게 책임을 거의 묻지 않았다.
이는 황 교수에 대한 서울대의 조치와도 크게 다르다.
서울대 조사 결과 황 교수는 논문 조작에 일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 때문에 최근 서울대에서 직위해제 통보를 받았으며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섀튼 교수는 ‘다소의 문제’로 인해 대학 당국으로부터 비공개로 가벼운 수준의 징계를 받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종신교수직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피츠버그大 발표, 수사와 무관”▼
황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논문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홍만표·洪滿杓 특수3부장)은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에게 곧 질의서를 e메일로 보낼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섀튼 교수를 상대로 2005년 논문을 작성하던 지난해 1∼3월 줄기세포 수를 늘리는 등 데이터를 부풀려 논문을 작성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근 섀튼 교수에게 한국에 들어와 검찰 조사를 받아 달라고 두 차례 공식 요청했으나 섀튼 교수는 이에 대해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 피츠버그대가 섀튼 교수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섀튼 교수를 서면으로 조사한 뒤 피츠버그대 조사 결과를 받아 볼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2005년 논문의 데이터 조작 과정을 조사하기 위해 윤현수(尹賢洙) 한양대 교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 이양한 박사를 13일쯤 소환하기로 했다.
검찰은 황 교수와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만든 것처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선종(34) 연구원을 이번 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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