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지난 1월께 1번 줄기세포의 처녀생식 여부를 좀더 정확히 따질 수 있는 각인검사(imprinting anlysis) 결과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각인검사 결과에서는 처녀생식에서는 볼 수 없는 부계 쪽 유전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황 교수 측 문형식 변호사는 8일 “서울대 조사위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을 조사할 때 1번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와 관련해 각인검사를 하지 않길래, 황 교수 측에서 따로 외부 기관에 검사를 의뢰했었다”며 “그 결과 부계 유전자가 나와 이를 검찰에 제출했었다”고 밝혔다.
문 변호사는 “검찰에서는 지금 줄기세포 바꿔치기 여부만 수사하고, 1번 줄기세포 진위 판명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는데 각인검사가 꼭 필요하다”며 “황 교수 측에서 제출한 각인검사 결과가 못 미더우면 검찰에서 따로 외부 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변호사는 “각인검사도 일종의 팩트(fact)검사인데, 검찰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재차 강조한 뒤 “지금으로선 검찰이 1번 줄기세포와 관련된 논란은 학계에 맡긴다는 것인데, 각인검사까지는 해보고 나서 학계에 논란을 맡겨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각인검사는 부계 쪽으로만 발현되는 유전자(ARH1, SNRPN)와 모계 쪽으로 만 발현되는 유전자(UBE3A, H19)의 발현 여부를 파악하는 검사다.
처녀생식에 의한 줄기세포는 난자에서만 유래했기에 모계 쪽 유전자인 UBE3A와 H19만이 발현되고 부계 쪽 유전자인 ARH1와 SNRPN은 발현되지 않는다. 반면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와 수정란 줄기세포는 부계와 모계 유전자를 모두 안고 있으므로 부계와 모계 쪽 유전자가 모두 발현돼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전학자는 “각인 검사에서 부계가 나왔다고 하면 처녀생식의 가능성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이라며 “그러나 이 결과는 1번 줄기세포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약간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 뿐 아직은 어느 한쪽으로 단정적으로 말할 근거가 나왔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유전자 프로파일 관찰, 유전자 배열 형태 관찰 등 여러 가지 기법으로 검사를 좀 더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서울대 조사위는 최종 발표에서 1번 줄기세포는 핵이식 과정 중 불완전 탈핵과 난자 옆에 붙어있는 1차 극체의 유입에 의해 유발된 처녀생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조사위에 소속돼 처녀생식 부분의 보고서를 작성한 모 교수는 “난자 제공자의 DNA를 추출해 1번 줄기세포 DNA와 비교 분석한 자료를 놓고 저희가 판단하기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과학적 해석을 한 것”이라며 “그렇다고 100% 처녀생식이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각인검사는 할 수 있으면 했겠지만, 그걸 하려면 세포를 몇 개월 키우고 실험 계획도 세우고 해야 하는데 도저히 시간 관계상 할 수가 없었다”며 “각인검사를 하면 더 명확한 결과에 접근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논란은 남는다. 그것 만으로 처녀생식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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