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드는 복제가 어려운 집적회로(IC)를 이용한 신용카드. 프랑스 영국 말레이시아 등에선 이미 널리 쓰이고 있지만 정보기술(IT) 선진국인 한국은 이 기술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카드 위조 및 변조 범죄가 극심한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와 달리 국내에서는 위변조 범죄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비자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발급된 비자 신용카드 가운데 위변조 카드의 부정 사용액은 2004년 600만 달러(약 58억 원)에서 2005년 8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범죄 피해가 늘어나자 금융감독원은 2008년까지 모든 신용카드를 스마트카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신용카드 범죄의 국가 이동
유럽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카드를 도입한 곳은 대표적인 관광국 프랑스. 관광객은 자신의 카드를 범죄 집단이 복제해 사용하더라도 즉시 알아채기 어렵고 대처도 늦기 때문에 카드 범죄의 주 표적이 된다.
프랑스는 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 등 세계적인 카드회사들이 합의한 국제 표준에 따라 1992년 스마트카드 도입을 결정했다.
프랑스의 위변조 카드 피해가 크게 줄었던 1990년대 말, 위변조 범죄는 이웃 나라 영국에서 많이 발생했다. 스마트카드가 덜 보급된 허점을 파고들어 범죄가 이동한 것.
영국은 1999년 스마트카드 도입을 결정했고 이후 피해액이 크게 줄었다. 두 나라에서 피해가 줄어들자 범죄는 주변 국가로 이어졌고 독일(2002년), 스페인(2003년), 이탈리아(2005년)가 잇달아 스마트카드를 도입했다.
유럽에서 카드 위변조가 힘들어지자 범죄는 동남아로 넘어갔다.
영국이 스마트카드를 도입하자 피해는 말레이시아로 넘어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위변조 카드 피해액이 2002년 572만 달러에서 2003년 822만 달러로 크게 늘어나자 스마트카드 도입을 추진했다. 2004년 피해액은 538만 달러로 2003년보다 35% 줄었다.
주변 국가인 홍콩 싱가포르 태국 한국 등에 영향을 줬고 이들 국가도 스마트카드 도입을 선언했다.
○ 스마트카드의 더딘 보급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마트카드 보급 속도는 더디다. 교체 비용 때문이다.
스마트카드는 카드 제작 단가와 단말기 가격이 기존 마그네틱카드보다 비싸 국가 전체로 보면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든다.
마스터카드코리아 장윤석 사장은 “대부분 국가의 카드회사가 부담스러운 교체 비용 때문에 스마트카드를 도입하기보다 위변조 피해를 감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비자코리아 장성빈 이사는 “스마트카드에 교통카드, 신분증, 카드 키 등의 기능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면 스마트카드 도입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스마트카드:
신용카드에 자기를 띠는 마그네틱 띠 대신 IC칩을 사용해 다양한 정보를 담는 카드. 위조가 매우 까다로운 게 특징이다. 칩을 사용했기 때문에 ‘칩 카드’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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