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X파일]신상품 성공 예측은? 수학공식+발품팔기!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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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제대로 예측하려면 발품 파는 일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차경천 박사.
신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제대로 예측하려면 발품 파는 일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차경천 박사.
경영자들은 수시로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예측을 해야 한다. 예측이 틀리면 심한 경우 기업 전체가 위기를 맞기도 한다. 여러 기업의 경영자들이 우리 연구실에 예측 문제를 의뢰해 온다. 우리는 경영학이 아니라 수학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수학자의 주요 연구 도구는 컴퓨터. 과거의 규칙이 미래에도 적용된다는 가정 아래 과거 자료를 컴퓨터로 면밀히 분석하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수학공식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과거 실적이 없는 신상품 수요 예측 같은 문제는 참 난감하다. 분석할 자료 자체가 없으니 말이다. 이럴 때는 영락없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1999년 겨울의 일이다. 한 기업에서 음성인식기술로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잘 팔릴지를 예측하는 과제를 의뢰받았다. 음성인식기술이 등장한 초기라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인터넷으로 조사를 하다 우연히 한 대기업 홈페이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음성인식교통정보안내시스템’을 발견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의 시제품보다 훨씬 앞선 수준이었다. 자동으로 핵심어를 식별해 교통상황에 따라 빠른 길을 안내해준다니 그야말로 혁신적이었다.

그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연구실에서 어린이대공원까지 가는 길을 물어봤다. 예쁜 목소리가 제대로 알아듣고 빠른 길까지 정확히 안내했다. 좀 이상했다.

다시 전화를 걸어서 두서없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중간에 길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같은 목소리가 역시 정확히 알아듣고 안내해 주는 것이었다. 가짜 같았다.

한번 더 전화해서 다짜고짜 물었다. “당신 사람이죠?” 아무 대답이 없었다. 다시 물었다. “사람인 거 맞죠?” 한참 뒤 그 목소리는 곧 시스템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라 미리 가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비밀은 지켜 달라고 당부하면서.

과제 기간은 한 달뿐이었다. 급기야 미국까지 가서 현지 전문가들을 만나고 시제품을 검토했다. 국내 마케팅이나 음성인식기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제품 개발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정한 다음 변수 간 관계를 파악했다. 그리고 음성인식기술을 적용했을 때 성공 가능성을 추정하는 수학공식을 개발했다.

그 결과 장난감이나 전자비서 같은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콜센터 같은 기존 서비스에 음성인식기술을 적용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현재 이 문제를 의뢰한 기업은 우리가 내린 결론을 바탕으로 음성인식 예약 서비스를 내놓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차경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예측연구실 박사 kccha@gsm.kais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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