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약 올리지 마, 난 지금 준임신부야. 젖 먹이는 동안엔 입맛 당기는 대로 먹을 순 없다고.”
요즘 아내에게 예전에 아내가 좋아했던 간식거리를 권하면 퇴짜 맞기 일쑤다. 승민이를 키울 때 아내는 젖 먹인다는 핑계로 입에 당기는 대로 다 먹었다. 그런데 지원이를 키울 땐 먹는 것을 꽤 가린다.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속담이 있다. 의학적으로 맞는 말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형태를 바꾸어 피 속에, 뼈 속에, 장기에 남는다. 임신부나 수유모가 먹은 음식은 자기뿐 아니라 아기의 몸을 형성하며 남는다.
그런데 만일 똘똘한 아이를 원한다면 지방만큼은 옥석을 가려서 먹어야 한다.
태어날 때 아기 뇌 무게는 350g. 이것이 돌 무렵에는 1kg으로 3배가량 늘어난다. 뇌의 60%는 지질로 구성돼 있다. 수백만 km에 이르는 뇌의 축삭과 가지돌기의 세포막, 신경수초의 막을 덮기 위해서는 많은 지질이 필요하다. 이때 DHA라는 필수지방산은 세포막의 중요한 구성성분이지만 아기 때는 몸에서 합성하지 못해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DHA는 눈의 망막 형성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젖 속 지질의 총량은 엄마의 섭취량에 관계없이 4%로 일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젖 안의 DHA는 엄마들의 식단에 따라 함량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채식주의자의 젖은 DHA 농도가 매우 낮다. 한 연구에 의하면 수유 기간 엄마가 DHA를 많이 섭취할수록 아기들의 지능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내는 참치, 고등어, 꽁치 등 DHA가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을 즐겨 먹는다. 같은 오메가-3 집안인 호두나 들기름도 챙겨 먹는다. 그것도 모자라 DHA 영양제를 먹어볼까 고민도 해보지만 DHA 영양제가 아이의 지능 발달에 도움을 주는지는 논란 중이어서 결정을 못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 함량을 표시하게 하는 등 트랜스지방 줄이기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유모는 좋은 지방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지방을 안 먹는 것도 중요하다. 수유모가 트랜스지방을 많이 먹으면 아기의 뇌 발달이 저해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내도 마가린, 쇼트닝으로 튀긴 요리, 팝콘, 케이크, 프렌치프라이, 쿠키, 도넛, 라면, 스낵류는 당분간 입에 대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혼자서 간식거리를 다 먹다 보니 야금야금 살이 올라 임신 6개월로 보이는 나의 배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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