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꾼의 ‘생물학적 특징’ 밝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야링 양 박사팀은 거짓말을 병적으로 많이 하는 사람 12명과 반(反)사회적 성격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 16명을 모집했다. 반사회적 성격 장애인 사람은 충동적으로 자꾸 거짓말을 하거나 타인에게 사기를 치면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연구팀은 또 병적인 거짓말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한 적이 없는 일반인 21명도 모집해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이들의 뇌를 촬영했다.
연구결과 병적인 거짓말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한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뇌의 앞부분인 전전두엽 영역에 백질이 22∼26% 더 많았다.
뇌는 회백질과 백질로 이뤄지는데 바깥쪽에 있는 회백질은 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안쪽의 백질은 받아들인 정보를 다시 꺼내 뇌의 다른 영역으로 보내거나 새로운 정보로 재구성한다.
전전두엽은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등 고도의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차례 거짓말을 하는 동안 들통 나지 않으려면 전에 했던 거짓말을 떠올려 앞뒤 정황을 비교해 할 말을 찾는 게 필수다.
이 일은 전전두엽에서도 주로 백질의 몫. 때문에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의 백질이 넓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 박사는 “남을 자주 속이거나 사기를 치는 사람의 생물학적 특징을 처음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말 ‘영국정신의학저널’에 소개됐다.
○ 자폐증 어린이는 뇌성분 달라
한편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아이의 뇌에는 백질보다 회백질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자폐증인 사람은 거짓말을 잘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병적으로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과는 정반대의 뇌 구조를 가진 것이다. 주된 언행이 진실이냐 거짓이냐에 따라 뇌 구조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만일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의 뇌에서 정말 백질이 넓어진다면 ‘거짓말도 할수록 는다’는 말이 생물학적으로 설득력을 얻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실험결과들로는 거짓말을 많이 했기 때문에 타인보다 백질의 양이 많아졌는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뇌에 백질이 많은 상태로 태어난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 최근까지 연구로는 후천적으로 뇌의 구조까지 변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말이나 행동을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 뇌의 기억력이나 학습능력 등이 후천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말이나 행동 같은 외부자극에 영향을 받아 뇌의 신경세포 간에 정보를 주고받는 효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세포의 정보 전달 효율이 증가하면 기억력이나 학습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균 교수는 “기억력 등의 변화는 뇌의 ‘기능’이 후천적으로 바뀌는 경우”라며 “하지만 말이나 행동이 뇌의 세부적인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은 가설단계”라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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