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현재 한 포털의 지식검색창 15개에 있는 댓글에는 총 208건의 물뽕(GHB), 여성 흥분제, 최음제, 강력 수면제 등 성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약물이 판매되고 있다./ 개인신상정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카페는 20곳이고,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주민등록번호는 7만~10만개에 달한다.”
3일 오전 국회헌정기념관에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 주최로 열린 ‘인터넷범죄방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사이버 범죄 및 불건전 정보 사례들이다.
이날 토론에는 박 의원 외에도 유창하 다음커뮤니케이션 법무팀장, 유용봉 한세대학교 교수, 오세찬 경찰청 사이버기획수사팀 경감, 오상균 정보통신부 사무관, 송홍근 주간동아 기자 등이 참석했다.
▶[화보]인터넷에서 거래되는 가짜 명품, 불법 약물, 가짜 담배
발제자로 나선 박 의원은 △대포폰, 대포통장 △정상가의 11.3~22.5%에 거래되는 대포차 △성매매 △난자 매매와 대리모 알선 △짝퉁 유통 △가짜·면세·밀수담배·마약류 판매 △청소년 가출 유인 등의 사례를 공개하며 인터넷이 각종 범죄의 통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1년간 포털을 조사한 결과, 오프라인의 범죄가 온라인에서 실현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대포폰, 대포통장, 대포차 등을 구입해 범죄의 인프라를 갖추고, 범죄 아이템을 선정해 자금과 일당을 모집, 범죄 발각 후 위조 여권으로 해외 도피까지 일련의 과정이 모두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능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불법 정보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불법 정보가 2001년 25,210건, 2003년 79,134건에서 2005년에는 119,148건이 적발돼 2001년과 비교해 5배가량 증가했다. 경찰청 사이버 범죄 검거현황도 2002년 41,900건에서 2003년 51,722건, 2004년 63,384건, 2005년 72,421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취재차 신분증 위조단과 접촉했던 송홍근 주간동아 기자는 “사이버 범죄단은 공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고발기사가 나간 후 위조업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업자는 대포메일, 대포폰, 대포통장을 쓰기 때문에 경찰이 추적해도 절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자신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인터넷 범죄 근절을 위해 포털의 자정 노력 강화와 민관이 합동으로 사이버 감시단을 만들자는 데 동의했다.
박 의원은 △카페, 블로그, 지식검색창 등에 대한 지속적인 순찰 등 포털의 자정노력 강화 △유해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처벌 법규 강화 △ 유해 사이트 신고 인센티브 도입 등을 주장했다.
오세찬 경감은 △유해사이트 폐쇄 명령권, 수사기관 요구에 대한 인터넷 업체의 자료 제출 의무화 등 처벌 규정 신설 △해외 불법 사이트 수입금 결제라인인 카드사·결제대행사 단속 강화 △불법서버 IP차단 및 국제 공조 강화 △포털과 경찰의 야간·공휴일 공조 시스템 도입 △기존의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사이버치안대책단’으로 확대 개편 등을 대책으로 꼽았다.
다만 유창하 다음커뮤니케이션 법무팀장은 “포털의 사회적 책임은 공감하나, 범죄 모니터링, 명예훼손 대처 등 공공부문이 부담해야 할 의무까지 사기업에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리적인 차원에서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용봉 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포털에 과도한 행정처분과 형벌을 가하는 것은 국내 인터넷 산업의 진흥을 위축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사이버 공간의 역기능에 관한 규율 법의 단일화와 국민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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