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치료 목적의 의약품일 경우 일단 허가를 받으면 대부분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9월부터는 허가받은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가격 대비 효능이 높지 않으면 보험 적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네거티브 시스템’에서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신약이 나왔을 때 가격 대비 효과를 따지는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고 보험 실시 여부와 가격 상한선을 해당 제약사와 협상하게 된다. 만약 경제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협상이 ‘결렬’되면 그 약은 건강보험에서 ‘퇴출’ 당하는 것.
이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보험 적용을 받고 있는 2만1740여 품목 중 생산이 사실상 중단된 4705개는 당장 보험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보험 대상으로 지정된 의약품이라도 주기적으로 약가가 조정된다. 가령 보험 적용을 결정할 당시의 예상보다 사용량이 많은 의약품에 대해서는 다시 협상을 통해 약가를 재조정하게 된다. 또 신약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가격을 재조정해 인하한다.
복지부는 “약제비를 적정화하면 건보 재정이 안정되고 환자의 본인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대한제약협회, 다국적제약산업협회, 미국 네덜란드 유럽연합(EU)대사관 관계자 등 15명을 대상으로 열린 비공개 설명회에서 미국대사관 측이 이 제도 시행에 강력히 반발해 파문이 예상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미국대사관의 커트 통 참사관은 설명회에서 “신약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는 다국적 제약사에 불리한 조치인데도 한국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제약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보험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의약품의 경우 모든 약값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의약품을 퇴출시키는 것은 중대한 재산권 침해 행위”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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