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인들의 영양 상태가 심각하게 나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8년 전 남편과 사별한 정모(72) 할머니는 서울 중구 신당동의 3평 남짓한 쪽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수입은 정부에서 주는 30만 원이 전부.
아침 식사는 대부분 거르고 점심은 교회 봉사단체에서 배달해 주는 도시락을 먹는다. 저녁은 직접 해 먹지만 반찬은 김치에 국 한 그릇이 고작이다.
대신 냉장고에는 항상 소주 한두 병이 들어 있다. 정 할머니는 “관절이 아파서 자기 전 소주 두세 잔은 마셔야 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13일 발표된 논문 ‘독거노인의 영양 실태와 개선 방안’에 따르면 독거노인, 특히 여성 독거노인이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논문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영양팀이 △보건복지부에서 1만2000명을 대상으로 1998년과 2001년 실시한 국민건강영양 조사 결과와 △서울대 최혜미(崔惠美·식품영양학) 교수 등 5개 대학 공동연구팀이 2000∼2004년 65세 이상 노인 26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인성 질환의 예방과 영양 관리의 실용화 연구 최종보고서’를 재분석한 결과다.
▽독거노인 영양 상태 심각=본보가 15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부터 독거 여부에 따라 영양 섭취 정도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9세의 경우 독거와 비독거 응답자가 각각 하루 권장 에너지 섭취량의 95.2%와 94.3%를, 30∼49세는 100%와 97.8%를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나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은 권장량의 83.9%를 섭취하는 데 비해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은 91%를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나 차이를 보였다.
노인층의 독거 여부는 곡류 섭취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신 과일, 채소, 육류 섭취에 영향을 줬다. 또 혼자 사는 노인일수록 먹는 음식 가짓수도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화여대 신경림(辛瓊林) 간호대학장은 “혼자 사는 노인들은 경제력이 부족해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뿐 아니라 몸이 노화되고 거동이 불편해 영양소 섭취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여성 독거노인이 특히 문제=이번 조사에서는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혼자 사는 데 따르는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자 독거노인은 주로 육류와 생선류 섭취량에서 차이를 보였다. 혼자 사는 여성 노인의 하루 육류 및 달걀 섭취 횟수는 0.27회, 생선류 섭취 횟수는 0.57회로 가족과 함께 사는 여성 노인의 0.48회, 1.03회에 비해 절반 남짓에 불과했다.
반면 알코올 섭취량은 여성 독거노인이 가족과 함께 사는 여성 노인의 8.4배에 이르러 영양소 부족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건양대 심문숙(沈文淑·간호학) 교수는 “여성 독거노인은 사회적 소외감을 술로 달래는 경향이 있다”며 “습관적 음주는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신광영 기자 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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